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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 생맥주, 내달부터 됩니다

중앙일보 2016.07.08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애주가’ 김진환(37)씨는 치킨집이나 중국음식점에 배달을 시킬 때마다 맥주·고량주를 같이 주문한다. 김씨는 이런 행위가 법에 어긋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한다. 하지만 현재 ‘치맥(치킨+맥주)’을 배달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런 일을 법으로 막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맥주보이’나 와인택배 서비스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대대적으로 손본 주류 규제
치킨집 등 음식점, 수퍼마켓
맥주·소주·와인 등 배달
야구장 맥주보이도 허용
청소년 음주 등 부작용 감안
전통주 외 통신판매는 금지

과도한 주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국세청은 7일 “주류 관련 고시·규정 중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항을 정비하겠다”며 “행정예고를 거쳐 이달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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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음식점의 술 배달이 합법화된다. 현행법상 음식점 밖에서 술을 파는 건 불법이다. 치킨집의 맥주 배달이 공공연히 이뤄지지만 관계 당국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 해당 업주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김국현 국세청 소비세과 과장은 “소비자들이 음식과 함께 배달시키는 술의 양은 많지 않다”며 “주류 재판매와 같은 유통질서 문란 우려도 크지 않아 굳이 음식점의 주류 배달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소주나 맥주 등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와인택배 서비스도 불법 논란에서 자유로워진다. 현재 주류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 구매하고 직접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수퍼마켓 배달, 택배 등이 일상적으로 이용되는데 주류만 그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소비자의 불편만 키우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개정 후에도 매장에 가지 않고 전화로 술을 주문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최하는 ‘치맥 페스티벌’은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주류를 판매하는 면허장소의 범위를 늘려 페스티벌 장소와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술을 팔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세청 고시는 “업소용인 생맥주·수제맥주는 식품접객업소 매장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고 정했다. 그래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몰린 지난 3월 28일 인천 월미도 ‘치맥 파티’에서 주최 측은 생맥주 대신 캔맥주를 제공해야 했다. <본지 4월 20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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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중국 아오란그룹 직원 관광객이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당시엔 생맥주를 매장 안에서만 팔 수 있어 캔맥주로 대신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정부는 마찬가지 방식으로 야구장 ‘맥주보이’도 허용한다. 야구장을 술 판매가 가능한 ‘한정된 공간’으로 정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조미용 주류(맛술)에 대한 전화주문이나 배달 판매도 허용된다.

정부는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제도도 정비한다.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K몰24’와 공영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을 추가한다. 지금까지는 ▶전통주 제조업체 ▶우체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협중앙회 ▶조달청 홈페이지에서만 전통주를 살 수 있었다. 또 명절 때 대량으로 전통주를 사더라도 불편이 없도록 전통주의 통신판매(온라인 판매 등) 수량 제한(1인 1일 100병)을 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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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규제가 정비되는 데 대해 관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백주환 오비맥주 과장은 “그동안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균 롯데마트 과장은 “앞으로 ‘주류는 배달이 안 되니 들고 가시라’는 안내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겼다. 다만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통신판매 금지가 해제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와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와인 통신판매를 금지한 건 고급 와인문화 확산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대원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주류의 통신판매 범위를 확대하면 술에 대한 접근성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며 “전통주 육성이라는 산업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또 “이번 조치로 청소년 음주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여성가족부 등에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되 부작용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하남현·이현택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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