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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전기료 책정 미적미적…민간 에너지 사업 18조 표류

중앙일보 2016.07.07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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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

국내 첫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인 GS동해전력 북평화력발전소. 일정대로라면 이미 6월 전에 모든 발전기가 가동해야 하지만 최종 투자를 앞두고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전기 가격은 민간 업체도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 정부가 값을 어떻게 쳐줄지 결정을 안 해줘서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투자는 멈췄다.

정부 주파수 경매 일정 당겼다면
통신 3사 상반기 대규모 투자 가능
수도권정비법 등 27개 법안 발의
전경련서 기업 투자 걸림돌 분류
“사정·구조조정도 투자 위축시켜”

SK가스가 최대주주인 당진에코파워나 포스코에너지 자회사인 포스파워 등이 향후 수년간 추진할 예정인 18조6000억원 규모의 민자사업이 줄줄이 표류할 지경이다. 조(兆)단위 투자가 필요한 민간 발전소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다. 그런데 정부가 값 매기는 방법을 안 정해주면 은행은 수익성을 계산할 근거가 사라져 돈을 빌려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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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30대 그룹의 투자 집행 실적이 당초 계획의 60%에 머문 배경에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자리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도 수천억원대 투자를 보류했다. 합병 시 중복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합병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정부는 7개월째 결정을 질질 끌다 4일에야 ‘합병 불가’ 통보를 했다. 그나마도 최종 결론이 아니다.

통신기업의 경우 주파수 경매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주파수 경매가 5월 이뤄져 상반기 대규모 투자는 힘들었다”고 말한다. 내수 부진을 고려해 일정이 당겨졌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올해 통신 3사가 망 투자에 책정한 금액은 3조4100억원에 달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 의사결정은 분초를 다투는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기업은 투자 계획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 초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각 부처에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달라”고 주문했지만 일선 부처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회도 발목을 잡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27개가 기업 투자를 저해한다고 분류하고 있다. 예컨대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현행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이외에도 지역발전위원회 심의를 추가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영업시간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살아보겠다는 기업에 국회가 지원은 못해줄망정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법 개정도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다. 대기업 설비 투자를 지원하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세액공제 10%)가 지난해 전면 폐지되고 고용 창출에 기여한 투자에 제공하던 인센티브(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까지 사라졌다. 항목별로 3~6%였던 연구개발(R&D) 투자세액 공제율도 올해 2~3%로 감소했다.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엔 힘이 빠지게 하는 조치다.

사정 정국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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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검찰이 정권 말 대대적인 사정 정국을 조성한 데다 구조조정 파급 효과가 지나치게 커서 (투자) 조절이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편성하면서 내수 침체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0대 그룹의 주요 투자 프로젝트만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추경 없이 내수를 살릴 수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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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 투자는 규모도 크고 1·2차 벤더 등의 투자로 이어져 내수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대기업의 투자를 늘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42개 주요 프로젝트 중 비공개(3개)를 제외한 39개 프로젝트의 투자 진행률을 조사했다. 2분기 투자 실적을 공개한 기업은 해당 기업이 제시한 수치를 활용했고 이를 밝히지 않은 상장기업은 1분기 투자 실적에 배를 곱했다. 공사 공정률을 공개한 기업 데이터는 월 중 균등 투자를 가정하고, 공사 기간 대비 투자 상황을 추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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