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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색깔의 중심엔 한글"···"체제 순응적 모습 극복을"

중앙일보 2016.07.07 02:21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젠 창의 한류다 <중> 클래식 본 고장서 약진하는 K아트

| 국내 외국인이 본 한국문화 장단점
“판소리·한옥·아파트 등 인상적
자기 목소리를 내기 꺼려하면
문화·예술 창의력 갉아먹을 수도”

1990년대 중반 대중가요·드라마로 시작한 한류가 클래식·음식·패션 등의 분야로 영토를 넓히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근본 동력은 뭘까.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들, 우리 안의 타자(他者)인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한국 사회·문화의 장단점에 대해 물었다. 한류는 결국 한국문화가 피우는 꽃일 테니 한국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객관적인 시선이 한류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해서다. 국내 거주 기간 5년 이상인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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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서강대 서명원(63) 종교학과 교수는 1984년 한국에 처음 왔다. 중간에 한국 불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몇 년 프랑스로 돌아가 있었지만 한국과 ‘30년 인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사회가 자신과 같은 외국인을 받아줄 만큼의 아량은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늘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그는 “처음 한국에 와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울 때 서양 사람으로서의 우월의식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모국어인 프랑스어가 최고인 줄만 알았는데 한글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합리적이고 풍요로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한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이 덩치 큰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뚜렷한 자기 색깔을 유지하는 중심에도 역시 한글이 있다. “한국에 오면 한글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표현을 썼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동국대 배리 웰시(37)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는 “2010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경이로웠다”고 했다. 그가 본 서울은 24시간 쉬지 않고 일상이 돌아가는, 활기차면서도 현대적인 도시였다. 그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학·영화 감상 동호회인 ‘서울북앤컬쳐클럽’을 6년째 운영해 온 유명인이다. 고은·박민규·한강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이 기꺼이 초청에 응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젊은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허기 같은 게 있다”고 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28세의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가 그런 사람 중 하나라는 얘기다. “한국 현대 문화에 흥미를 느껴 한국을 찾았다가 역사와 전통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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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출판사의 벨기에 출신 편집자 그레고리 림펜스(40)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실용적인 생활 방식을, 94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영국 출신 안선재(74) 서강대 명예교수는 판소리, 한옥, 시골 마을 팔순 할머니들의 예술적인 음식 솜씨 등을 각각 대표적인 한국의 이미지로 꼽았다.

한국문화의 단점은 뭘까.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배리 웰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집단적이고 체제 순응적(conformism)인 문화가 있다”고 답했다.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개성 있는 답을 궁리하기보다 정답만을 말하도록 교육받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안 명예교수는 “목소리를 내지 않다 보면 결국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 문화·예술 발전에 필수적인 창의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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