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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의 영국 여성 총리, 바짝 다가선 메이

중앙일보 2016.07.07 02:02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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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섬

새 총리를 뽑는 영국 보수당의 1차 경선에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압도적 1위를 했다. 의원 절반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잔류를 선택한 그를 지지했다. 2위는 탈퇴 진영의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이다. 모두 여성이다. 마거릿 대처 총리가 물러난 지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보수당 1차 경선서 과반 1위에
레드섬·고브, 결선 진출 경쟁

5일 의원들을 상대로 한 첫 선거에서 메이는 329명(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불참) 의원의 절반인 165명의 지지를 받았다. 당초 “120명 정도”라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레드섬 차관은 66명이었고 뒤이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48명),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48명),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16명) 순이었다.

이날 최하위 득표자인 폭스 의원이 탈락했고 더불어 크랩 장관도 사퇴했다. 둘은 “앞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선 경험이 중요하다”(폭스), “잔류와 탈퇴 진영을 묶어낼 유일한 인물”(크랩)이라며 메이를 지지했다. 메이로선 절대 우위 속에서 2명이 겨루는 ‘결선’에 가게 됐다. 보수당 당원 15만 명이 우편투표하는 단계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레드섬과 고브가 경쟁한다. 탈퇴 진영의 강자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지지를 받는 레드섬이 유리하나 고브가 되치기를 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 고브는 “기습 출마 선언으로 탈퇴 진영의 동료였던 존슨을 불출마토록 한 건 배신”이란 반감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또 레드섬이 ‘새 인물’인 데다가 대처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탈퇴 쪽을 지지한 보수당 활동가 사이트의 여론조사에선 레드섬이 1%포인트 차로 메이를 앞섰다.

하지만 2010년 이래 내무장관을 지낸 검증된 인물인 메이와 달리, 2010년 배지를 달고 차관만 한 경험 부족이 레드섬의 다리를 잡을 수도 있다. 검증 문제도 있다. 이미 언론을 중심으로 뱅커 출신인 레드섬이 조세회피처인 건지섬에 자녀 세 명을 포함한 가족 명의로 트러스트를 세웠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파나마 페이퍼스’와 유사한 방식이다. 그동안 거액의 투자금을 관장했다고 소개했으나 실제론 관리직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레드섬 측에선 메이 진영이 결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브를 전략적으로 밀어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인사는 “고브가 예상보다 표가 더 나왔는데 메이 쪽에서 도와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고브를 선택, 고브의 결선행을 도울 수 있다”고도 한다. 메이 측에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중진인 켄 클라크의 솔직한 인물평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나눈 대화였다. 그는 메이를 두곤 “대단히 까다로운 여성”이라며 “대처와도 일했는데 뭘”이라고 했다. 고브에 대해선 “존슨을 없애줬다”며 “그러나 외교에 대한 생각이 거칠어 고브가 총리가 되면 동시에 세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레드섬이 자기가 한 극단적으로 멍청한 말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기만 한다면, EU 단일시장 밖에서도 영국이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 극소수의 미치광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편 브렉시트가 EU의 원심력을 키울 것이란 예상과 다른 흐름이 EU 회원국들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선 EU 잔류 의견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후 59.8→69%, 핀란드에선 56→68%로 늘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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