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경원 “출산율 높이기 뛰어넘는 획기적 발상 필요”

중앙일보 2016.07.07 01:51 종합 14면 지면보기
“올해 임용자 중에는 왜 이렇게 여자가 많아. 알지? 부장판사들이 여판사들 별로 안 좋아하는 거. 혹시 판사 생활 하다 애 낳게 되면 출산휴가 진짜 법대로 60일씩 다 쓰고 그러면 안 돼!”
기사 이미지

4선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6일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사진 박종근 기자]

나경원(4선·동작을) 새누리당 의원이 1995년 판사로 임용된 직후 한 대법관에게 들은 말이다. 92년 사법시험(34회)에 합격하고 93년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을 때 나 의원은 임신 중이었다. 아이를 낳고 25일 만에 연수원의 학기말 시험을 봐 가며 억척스럽게 공부를 해 판사 임용에 성공했다. 그 순간 대선배에게 들은 말이 모성 보호와는 거리가 먼 ‘근로기준법 위반 압력’이었다.

“저출산, 산업구조 변화 맞춰 점검
일·가정 양립 가능한 사회 돼야
정치인 본령은 다음 세대 위하는 것”

그로부터 21년 동안 사회 곳곳의 여성과 출산 관련 문화는 당시보다 세련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세계 최하위권 출산율(지난해 1.24명)이 10년 넘게 이어지는 저출산의 덕을 봤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인구절벽이 임박해 오자 정부 주도로 각종 제도를 손봐 왔다. 하지만 국회에 신설된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은 나 의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저출산·고령화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실질적으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출산율이 떨어진다니 출산율만 높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불임 부부인지 난임 부부인지 따지지도 않고 똑같은 지원책을 펴는 식으로 정책을 이어 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지난 4일 당으로부터 특위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직 ‘발상의 전환’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저출산 문제라고 해서 보건복지부와만 대화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며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까지 다 불러들여서 제도를 바꾸고 이와 함께 사회의 가치관을 바꾸는 작업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나 의원과의 문답.
 
저출산 문제에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나.
“당연하다. 정치인이란 직업의 본령이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정부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의 출산율 제고 말고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이상’이란 어떤 뜻인가.
“구상 중이지만 저출산 문제를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점검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과 가정이 병립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야지 출산율이 낮다고 그 수치를 높이는 데만 매달리면 안 된다. 안심하고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캠페인부터 시작해 화두를 크게 던져볼 생각이다.”
특위 구성이나 운영 방식은.
“실질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 특위 위원들은 전문성은 물론 관심도가 높은 분들 위주로 구성하려 한다.”

글=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