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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찾아서, 주민센터 기동대가 뜬다

중앙일보 2016.07.07 01:49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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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3·8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현황을 살펴본 뒤 마을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머니, 당뇨병 약 처방 받으셔야 겠어요. 공복 상태에서 혈당이 295㎎/㎗가 나왔는데 식사 직후 당이 제일 높을 때보다도 높은 수치예요.”

복지부, 읍면동 복지 허브화 사업
2018년까지 전국 3500개로 확대
“전문성 갖춘 현장인력 더 충원돼야”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3동 허금순(77) 할머니의 반지하 셋방. 건강 검진을 위해 허 할머니를 찾은 권랑(37) 녹색병원 간호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권 간호사는 “제대로 검진해 보는 게 좋겠다”며 병원행을 권유했다. 허 할머니는 연락이 끊긴 아들과 며느리를 대신해 고2와 중3 두 손자를 15년간 홀로 길러왔다. “온몸에 성한 데가 없다”는 허 할머니가 하루에 먹는 약만 대여섯 가지다. 다리가 불편해 병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할머니 집에는 매달 방문 간호사가 찾아와 혈압·당뇨 등을 측정해준다.

허 할머니 가족은 기존에 기초연금을 포함해 월 40만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 지난 4월 주민센터에 꾸려진 맞춤형 복지팀이 허 할머니를 본격적으로 챙기 면서 형편이 한결 나아졌다. 지금은 월 117만원가량의 의료·생계·주거 급여 혜택을 받고 방문 간호와 학원비 등 민간 연계 지원도 받고 있다.

“건우(15·가명)는 지난번에 등록한 수학 학원 잘 다녀요?” 권 간호사와 동행한 주민센터 맞춤형 복지팀 소속 최윤희 주무관이 손자 소식을 물었다. “그럼, 요즘 얼마나 신나게 다니는지 몰라. 이 고마움을 어찌 갚을까….” 허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최 주무관은 할머니 집을 격주로 방문해 보살피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허 할머니의 둘째 손자인 건우군이 수학 학원에 다니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민간 복지재단이 후원하는 장학금을 연계해줬다. 덕분에 건우군은 난생처음 학원에 다니게 됐다.

면목3·8동 주민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읍·면·동 복지 허브(hub·중심지)화 사업’의 33개 시범 지역 중 하나다. 지난 3개월간 허 할머니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587가구를 직접 찾아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 지원 단체를 연결해줬다.

복지부는 6일 이 같은 복지 허브화 사업을 올 연말까지 933곳에서 시행하고 2018년엔 전국 3500여 개 모든 읍·면·동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허브화 사업은 일선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한 뒤 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가구를 발굴·상담하고 공적·민간 자원을 연계해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맞춤형 복지팀에는 사회복지 업무 경력이 있는 공무원이 3명 이상 배치된다. 단순히 주민의 민원만 접수하던 주민센터가 찾아가는 ‘복지 기동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향후 과제도 적잖다. 서울여대 김진석(사회복지학 ) 교수는 “복지 허브화 사업이 효과를 내려면 전문성을 갖춘 현장 인력이 더 충원돼야 한다”며 “주민센터가 찾아낸 수요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복지 제도의 확충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렬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복지 허브화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 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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