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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목요일] 무심한 아빠, 걱정 많은 엄마…'교육 동맹' 맺으세요

중앙일보 2016.07.07 01:32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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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 김모(35)씨는 올해 초 남편 박모(38)씨와 함께 네 살 된 아들을 데리고 소아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아들이 아직 말문을 트지 않아 고심하던 김씨가 상담을 요청했다. 김씨는 혹시 자신의 양육법에 문제는 없었는지, 아들이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의사에게 물었다.

부부 자녀교육법 충돌 어떻게 풀까

| “애들이 다 그렇지” 방임형 아빠
아이 성적 안 좋으면 버럭 화내


남편은 달랐다. 불쾌한 듯 침묵을 지키던 박씨는 의사가 주기적인 상담을 권하자 대뜸 “다섯 살에야 말문이 트이는 아이도 봤다”며 화를 냈다. 갑작스레 의사와 논쟁을 벌이던 남편은 “내 아들에겐 문제가 없다. 치료도 필요 없다”는 말을 남기고 진료실을 떠났다. 부부 갈등은 수개월간 이어졌다. 김씨는 “어떻게든 자식을 도우려는 건데 남편은 나를 극성스럽고 유별난 사람 취급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반면 남편 박씨는 “아이와 관계된 일이라면 매사에 걱정을 사서 하는 아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씨 부부처럼 자녀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부부가 많다. 이런 갈등은 바람직한 양육에 대한 부부간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곤 한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오은영아카데미 원장) 박사는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엄마들은 대개 ‘내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많다”며 “반면 아빠들은 ‘아이들이 다 그렇지’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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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는 자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특히 한국의 엄마들은 어머니의 희생을 강조하는 문화 때문에 자녀 양육에 완벽에 가까운 기준을 세우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 김태연 상담사는 “핵가족화로 주변에서 조언과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은 요즘 엄마들은 ‘자녀를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에 엄마들은 사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사방에 수소문하고 아이에게 좋은 친구를 맺어주겠다며 직접 나서기도 한다.

| “잘못되면 어쩌려고” 민감한 엄마
남편 비난보다 대화 노력 필요


반면 아빠 중에는 ‘방임형 아빠’의 태도를 취하다 ‘권위적인 가장’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성적에 고민하는 아내에겐 “어릴 때는 놀아도 된다”고 말하다 중·고교 성적이 좋지 않은 걸 발견한 뒤엔 “지금까지 뭐 했느냐”며 호통치는 식이다. 오 박사는 “문제 해결 위주의 사고에 익숙한 아빠들은 뚜렷한 해법이 없거나 잘 모르는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회피한다. 대범한 척, 낙관적인 척 행동하며 덮어버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빠들은 엄마와 달리 자녀 양육에 대한 타인의 조언·조력을 받아들이는 데도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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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이 서로 다른 아빠·엄마가 자녀 양육을 위한 ‘동맹’을 유지하려면 부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의견이 다를지라도 자녀 앞에서 싸우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방수영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른에겐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일지 몰라도 지켜보는 자녀 입장에선 누가 옳은지가 중요하지 않다”며 “결국 아빠·엄마 모두에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 어두운 경험이 되기 쉽다”고 조언했다.

| 공부·양육법 다툼, 자녀에겐 상처
의견 달라도 일관된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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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생각이 달라도 자녀에게만은 일관된 메시지와 규칙을 제시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는 “스마트폰은 절대 보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데 아빠가 “숙제를 마치면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은 곤란하다. 방 교수는 “부모가 서로 엇갈린 메시지를 주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눈치 보는 아이’로 자라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일단 한 달 정도 한 사람의 뜻대로 양육한 뒤 다시 상의하는 게 낫다.

물론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마냥 편드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폭력·욕설을 쓸 때엔 바로 제지해야 한다. 장난감을 던지는 아들에게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고 아빠가 “전에도 그랬잖아”라고 자녀를 꾸짖거나 “엄마가 힘들어서 그래”라며 아이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오 박사는 “부모 중 한 명이 욱해서 아이가 놀랄 경우 먼저 잘못했다고 자녀와 배우자에게 시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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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동맹’의 토대는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다. 아빠는 엄마와 자녀 문제를 논의할 때 대체로 해결책을 찾는 데만 몰두한다. 하지만 교육 문제엔 뚜렷한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엄마도 아빠에게 확실한 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김 상담사는 “아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남편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걱정과 고민을 듣고 이해해 주는 ‘내 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럴 때 배우자는 답을 찾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엄마의 노력도 중요하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의식하는 아빠들은 본인의 행동·생각에 대한 지적에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김 상담사는 “남편의 태도나 행동이 못마땅하더라도 ‘당신이 이래서 틀렸다’고 말하는 대신 ‘나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남편과의 대화에는 남편 대신 나를 주어로 사용하는 ‘나 전달법(I-massage)’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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