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희씨 칼끝 세워요” 적외선 카메라 족집게 훈수

중앙일보 2016.07.07 00:59 종합 27면 지면보기
# 장면1 : 유도 남자 66㎏급 세계 1위 안바울(22·남양주시청)은 틈만 나면 카메라 앞으로 달려간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동작을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발·손·허리 동작을 일일이 확인하고 해당 기술을 집중 연마한 뒤 그는 세계랭킹 1위로 뛰어올랐다. 안바울은 “카메라 촬영을 통해 드러난 단점을 보완한 뒤 상대 선수를 잡을 때 손목과 팔 근육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시합할 때도 체력 소모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남현희

# 장면2 : 펜싱 여자 플뢰레 베테랑 남현희(35·성남시청)는 특수 장비를 몸에 부착한 뒤 12대의 카메라 앞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동작을 취했다. 코칭스태프는 카메라와 연결된 실시간 분석 시스템을 통해 남현희가 칼을 뻗는 속도와 반응 시간 등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남현희가 상대를 찌르는 빠르기는 다른 선수들보다 3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현희는 이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칼 끝으로 확실하게 포인트를 올리는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펜싱·유도 선수들 동작 촬영
미세한 근육 움직임 3D로 분석
효율적인 공격 자세 맞춤 조언
초당 1만 프레임 초고속 카메라
체조 선수 공중동작 타이밍 제시

8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수들이 최첨단 카메라를 활용한 맞춤형 훈련으로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일반 카메라나 가정용 캠코더를 활용하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카메라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기술 분석 시스템도 자리를 잡았다.

최첨단 카메라를 활용해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주요 종목은 펜싱·유도·역도·체조 등이다. 지난해 8월부터 스포츠영상분석센터를 운영중인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엔 적외선·초고속·방송용 캠코더·액션캠 등 첨단 카메라들이 훈련에 활용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결과 남현희의 찌르기 속도는 다른 선수보다 3배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펜싱 대표팀 선수의 동작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뒤 3차원(3D) 그림으로 변환한 것. [사진 중앙포토·KISS]

펜싱 대표팀 선수들은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해 상대를 찌르거나 막을 때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한다. 역도 대표팀은 바벨을 들어올렸을 때 좌·우 균형을 맞추는 방법과 각 관절들의 부상 위험 요인을 분석해 실전에 적용한다. 태권도와 유도에서도 정확한 공격 기술 자세를 알아내기 위해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다.

체조 대표팀은 초당 1만 프레임 이상까지 고속 촬영이 가능한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다. 구분하기 힘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연속 촬영으로 잡아낸 뒤 정밀 분석한다. 육상에선 도움닫기나 공중 동작·착지 등의 자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다.
기사 이미지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양1·양2 등 고난도의 신기술을 개발한 체조대표팀 양학선. [사진 KISS]

2012년 런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4·수원시청)도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신기술(양1·양2)을 개발했다. 체조 대표팀 김한솔(20·한국체대)은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하면 공중동작에서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돌아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ISS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카메라는 고가의 장비다. 적외선 카메라는 대당 2000만~3000만원, 초고속 카메라는 대당 5000만원 가량 된다. KISS 스포츠영상분석센터 박종철 박사는 “분석 요원들이 카메라를 자기 몸처럼 소중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첨단 카메라를 활용한 훈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해 스타팅 블록에서 발을 높게 올려 초반 기록이 떨어지는 약점을 발견한 뒤 이 동작을 고쳤다. 영국 승마 대표팀은 드론에 카메라를 부착해 코스 분석을 시도했다. 박종철 박사는 “앞으로 빅데이터, VR 등과 결합된 카메라 분석 기술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