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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친박 강경파의 착각

중앙일보 2016.07.07 00:48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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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대기자

친박(親박근혜)은 쪼개진다. 강·온(强·穩)으로 갈라졌다. 분화는 거침없다. 온건 합리파들은 계파 울타리를 걷어찬다. 8·9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 풍경이다. 이주영 의원은 범(汎)친박이다. 그는 5선의 유력한 당권 주자다. 이주영은 “계파이익을 챙겨 총선패배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은 자숙해야 한다”고 했다.

‘자숙’ 대상은 최경환 의원이었다. 그는 친박의 주류 핵심이다. 최경환의 ‘진박 마케팅’은 실패작이다. 그것은 참패 요인이다. 전당대회는 패배의 기억을 되살린다. 낙선자 들의 분노가 쏟아질 것이다. 최경환은 대표 출마를 포기했다. 친박의 강경그룹은 대안 마련에 골몰한다.

대안에는 변칙과 꼼수가 담겼다. 6일 의원총회 장면은 실감난다. 친박 강경파들은 뒤집기에 나섰다. 전당대회의 게임 룰에 대한 변경 시도다. 그들은 과거 회귀를 주장했다. 이전 집단체제로의 복귀다. 하지만 강경파의 시도는 벽에 부닥쳤다.

친박 이정현 의원은 그런 시도를 못마땅해한다. 비박계와 같은 시각이다. 이정현은 친박 주류다. 하지만 강경파와 거리를 둔다.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뚜렷하다. 그의 호남 출마 승리는 상징적이다. 지역감정 해체의 발판이다. 친박 강경파는 교통정리에 힘쓴다. 이를 위한 고심작이 ‘서청원 대표 등판론’이다. 하지만 이주영·이정현의 완주 결심은 단단하다. 친박의 균열 양상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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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은 20대 국회 최다선(8선)이다. 친박계 원로 좌장이다. 강경파의 구호는 맏형 리더십이다. 그 주장은 한가하다. 지금이 형님, 동생 할 때인가. 브렉시트로 세상은 급변한다. 양극화와 취업 고통은 이어진다. 집권당은 절박하다. 뼈를 깎는 새 출발이 절실하다. 결연한 변신은 국민적 요구다. 친박 강경파들은 그 요망을 외면한다. 그들은 안달한다. 당권 상실의 불안감 탓이다. 그런 몸부림은 민심의 반감을 낳는다. 대다수 새누리당 옹호자들도 한심해한다.

친박 강경파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능숙하다. 그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을 싸고도는 듯 처신한다. 다수 국민은 친박의 창(窓)에 의존한다. 그걸 통해 박 대통령을 살펴본다. 친박의 인상은 밉상이다. 창 속의 대통령 이미지도 헝클어진다. 친박 강경파의 우선 피해자는 박 대통령이다.

친박은 친노(親盧)와 비유된다. 비슷한 면모 때문이다. 두 집단의 행적은 독선과 패권이다. 하지만 다른 게 더 많다. 친노의 이념적 투지는 단단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노무현의 매력적 언어다. 친노는 그것으로 기발한 콘텐트를 개발한다. 언어는 대중 장악의 추진력이다. 친박 강경파의 그 분야 역량은 빈약하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의 시대정신 제시에 게으르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 반대 논리도 궁색하다. 그들은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정체성 차이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

친박은 친위대다. 친위 그룹은 무장해야 한다. 무장력은 이념과 책임감, 자기희생이다. 그래야 민첩하고 생명이 오래간다. 대통령 퇴임 후도 보호막이 된다. YS(김영삼)·DJ(김대중)의 친위 그룹은 민주화로 뭉쳤다. 상도·동교동 그룹은 건재하다. 친노 세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친박 강경파는 허약하다. 그들의 결속력은 권력의 단맛이다. 그 쾌감은 점차 사라진다. 그 후는 이탈과 배신, 줄 바꿔 서기다. 친박 핵심들은 권력의 비감에 젖을 것이다.

권력세계는 변덕스럽다. 친박 강경파는 그 속성을 낯설어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그 둔함은 정국운영의 무리수와 안이함을 번갈아 낳는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이병기도 그 둔감을 개탄했다고 한다. 그 탄식은 흥미롭다. 이병기의 오랜 권력 심부(深部) 경력 때문이다.

친박 강경파들은 정권재창출을 외친다. 옹립 대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그것은 어설픈 착각이다. 반기문은 “(한국이) 너무 분열돼 있다. 국가 통합에 모든 걸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발언은 통합 이미지의 선점이다. 그가 출마한다면 선착의 효과를 준다. 친박 강경그룹의 평판은 배타와 분열이다. 그가 그런 세력에 의존할 리 없다.

권력은 쟁취의 드라마다. 권력은 진흙탕에서 획득한다. 반기문은 그 드라마의 거친 요소에 단련돼 있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이치는 같다. 친박 강경파는 반기문의 꽃가마를 디자인한다. 하지만 그 구상은 반기문에겐 잡동사니다. 반기문은 그것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서청원은 관록이다. 그는 11대 국회부터 정치판에 있었다. 그는 권력의 본능적 흐름을 안다. 그의 역할은 따로 있다. 서청원 의원은 친박 강경파를 진정시켜야 한다. 그들에게 권력의 생리를 알려줘야 한다. 책임정치와 계파화합의 흔쾌함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집권세력의 품격이 올라간다. 정권재창출의 길도 열린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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