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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view &] 영혼 없는 정책 남발, 정부 불신만 키운다

중앙일보 2016.07.07 00:24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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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민
경제데스크

5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 경제 발전 전략’ 보도자료는 무려 118쪽이나 된다. 민관 합동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5년 단위의 개발계획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1970년대 수출 제조업 육성을 위해 만들었던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서비스산업 버전쯤으로 보인다. 각 분야별 태스크포스(TF)는 무려 68회에 걸쳐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서비스산업 대책, 재탕·삼탕에
택배차 규제 해제 등 알맹이는 빠져
설익은 미세먼지 대책도 혼선만
선택·집중으로 실행가능 정책을


한데 내용을 뜯어보면 재탕·삼탕에 알맹이는 쏙 빠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세제·정책금융 지원제도 차별을 없앴다고 강조한다. 한데 서비스업에도 제조업에 버금가는 지원을 해주자는 제안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나왔다. 20년 가까이 뭘 했길래 올 하반기에나 제도를 고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그나마 기득권집단의 저항이나 논란이 예상되는 대책은 다 빠졌다. 영업용 화물차 진입 규제가 대표적이다. 모바일쇼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배송을 위한 화물차 수요도 급증했다. 그런데 영업용 화물차는 허가제이다 보니 배송 차량을 늘릴 수가 없다. 기존 택배업체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한 결과다.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도 확대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품목 결정은 연말 이후로 미뤘다. 역시 약사협회 눈치가 보여서다. 지금도 발표하지 못하는 걸 대통령선거가 더 가까워지는 연말엔 과연 할 수 있을까. 거창한 발표에도 ‘영혼 없는 정책’, ‘발표를 위한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설익은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비판하자 환경부는 지난달 3일 “3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신차 30%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그러나 재원 마련 대책이 없었다. 이어 지난달 28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선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승용차를 새로 살 때 개별소비세 70%를 깎아주겠다고도 했다. 한데 법을 고쳐야 시행이 가능한 대책을 덜컥 발표부터 하는 바람에 현장에선 오히려 혼선이 벌어졌다. 언제부터 세금을 깎아줄지 모르니 소비자로선 신차 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애꿎은 고등어만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몰려 찬밥 신세가 됐다.

7월 1일부터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살 때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준다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하이마트 등 4개 양판점에서 살 때만 환급해준다고 했다가 업계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모든 매장으로 확대했다. 환급 절차도 복잡해 앞으로 매장과 소비자 사이의 분쟁거리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환급을 위한 재원도 아직 미정이다. 환급 신청이 몰려 조기에 재원이 바닥나 혜택을 못 받는 소비자가 나오면 뒷감당을 어찌할지 걱정스럽다.

조선·해운업 대책도 위태롭다. 조선·해운업을 어떻게 개편할지, 구조조정 후 어떤 신산업을 대신 심을지에 대한 ‘지도’도 없이 2020년까지 ‘버티기 작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4~5년 후 조선·해운 업황이 살아난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예상이 빗나간다면 다음 정부의 골칫거리가 될 소지가 크다.

정부는 볼멘소리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만 해도 18대와 19대 국회에서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국회가 도와주질 않으니 정부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기득권집단이나 시민단체의 저항도 넘기 어려운 벽이다. 20년 동안 서비스산업을 키우자고 주문을 외었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하나도 증설 못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작정하고 정부가 총력전을 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결사저항에도 불구하고 4개강 개발사업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정부는 야당과 학계의 반발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관철했다. 그런 결기와 투지로 여론에 호소하고 야당을 설득한 적이 있나.

박근혜 정부의 임기는 이제 1년 반도 채 안 남았다. 서슬 퍼렇던 정권 초에도 못한 걸 임기 말에, 그것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는 건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자칫 정부에 대한 신뢰만 갉아먹고 경제주체 사이에 ‘해 봤자 안 된다’는 무력감만 키울 수 있다. 영혼 없는 정책의 남발보단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경민 경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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