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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치는 회의실, 휴게실엔 해먹…여기는 은행

중앙일보 2016.07.07 00:08 경제 6면 지면보기
6일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밀집돼 있는 경기도 분당의 ‘판교 테크노밸리’내의 H스퀘어 S동. 올해 연말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5층에 마련된 사무공간에선 청바지·면바지 등 편안한 옷차림을 한 직원들이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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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의 H스퀘어 S동 5층에 입주한 카카오뱅크의 실내 전경. 해먹과 쿠션 등이 비치된 직원 휴게 공간인 ‘이너피스(왼쪽)’와 화이트 보드 벽면·탁구대 테이블로 꾸며진 회의실의 모습. [사진 카카오뱅크]

스탠딩 책상의 높이를 자기 키에 맞춰서 일어서서 근무하는 사람,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 등 근무형태도 제각각이었다. 회의실의 테이블은 탁구대로 돼있어 언제든지 탁구장으로 변신이 가능했다. 직원들의 휴식 공간인 ‘이너피스’에선 창밖을 바라보면서 해먹에 누워 있거나 토스트 등 비치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또 근무를 하다 졸리면 ‘피곤햇징’이란 수면실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은행이라기보단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에 가까운 모습이다.

글로벌 IT기업 닮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광화문 사무실도 비슷
벽면에 아이디어 쓰고 자유 토론
기존 금융권 틀 깬 상품개발 자신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 준비법인의 사무실도 비슷한 풍경이다.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입주해 있는 케이뱅크에는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벽면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쓰고 토론할 수 있는 ‘아이디어 컨테이너’가 마련돼 있다.

두 준비법인은 이날 카카오뱅크 사무실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 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회사는 향후 선보일 서비스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택시’‘카카오 드라이버(대리운전)’등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의 이용 실적을 신용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만큼 구매력이 큰 고객이기 때문에 신용 대출을 할 때 우대해 주겠다는 것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데이터와 전자상거래·지급결제 등 ICT기업의 정보 외에 카카오만의 데이터를 축적해 중금리 대출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주주사인 이베이(지마켓·옥션)의 판매자를 위한 간편 모바일 소호 상공인 대출도 출시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예금 이자의 고정관념을 깨서 음원·게임 포인트 등으로 이자를 받는 ‘내 마음대로 선택하는 이자’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뱅크 역시 중금리대 대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안효조 케이뱅크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 데이터베이스(DB) 이외에 KT의 통신 DB, BC카드의 결제 DB, 주주사의 DB를 활용하면 5~6%의 중금리대 대출 상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상품 간 경계를 허무는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기존의 은행 상품은 요구불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 등이 구분돼 있는데 고객의 상황에 맞게 빠르게 예금 형태를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는 이르면 올 4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출시된다. 케이뱅크가 8~9월, 카카오뱅크가 11~12월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다만 20대 국회로 공이 넘어온 ‘은행법 개정안’이 여전한 걸림돌로 남아있다. 대주주인 KT와 카카오 모두 현행 은행법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시 최대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IT와 금융의 융합이라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IT기업의 설 자리가 위축되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혁신적인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위원장이 “24년 만에 (은행)마을에 나타난 옥동자(인터넷전문은행)”라며 유관 기관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배려를 재차 당부하자 동석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늦둥이 옥동자를 너무 편애하신다”며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판교=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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