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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부동산 펀드런 조짐…또 글로벌 ‘돈의 피난’

중앙일보 2016.07.07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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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때문에 영국 런던 업무용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빌딩 값이 3년 안에 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바람에 부동산 펀드의 환매 요구가 급증했고, 펀드 세 곳이 환매를 중단했다. 사진은 불이 환하게 켜진 런던 시티의 빌딩.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후폭풍이 6일 다시 몰아쳤다. 일주일 정도 잠잠한 뒤였다. 돈의 피난이 더욱 활발해졌다. 자금이 주식과 원유 시장 등 미덥지 않은 곳에서 빠져나왔다. 일본·독일·미국 국채와 금 시장으로 밀려들었다.

‘경제 기둥’ 부동산 환매 중단 사태
금·일본·독일·미국 국채 사재기
증시도 요동 코스피 1.85% 하락
영국은행, 225조원 공급 선언

이날 자산시장의 온갖 지표가 요동했다. 한국 코스피가 1.85% 떨어져 1953.12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 225는 1.85% 떨어졌다. 중국 증시는 조금 올랐다. 하루 전인 5일(현지시간) 영국·미국·독일의 주가와 원유 가격 하락 탓이다.

반면, 일본 국채 값은 급등했다. 그 바람에 10년 물 금리(만기 수익률)가 -0.27%까지 하락했다. 20년 물 금리가 0.02%까지 낮아져 조만간 마이너스가 될 조짐이다. 이날 독일 국채 10년 물 금리는 -0.19%까지 떨어졌다. 모두 사상 최저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금값 오름세도 이어졌다. 0.95% 상승해 온스(31.1g)당 1369달러 선에서 사고 팔렸다. 2014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자금이 이동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도 오르내렸다. 미국 달러와 견준 파운드 값이 1.29달러까지 떨어졌다. 31년 최저 수준이다. 원화 값도 10원 정도 떨어져 달러 당 1165.6원에서 사고 팔렸다. 무엇보다 이날도 위안화 값이 약세를 이어갔다. 달러 당 6.69위안까지 미끄러져 2010년 9월 이후 최저였다. 반면 일본 엔화 값은 달러 당 101.1엔선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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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돈의 피난도 영국에서 시작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펀드 3곳이 급증하는 자금 유출을 견디다 못해 환매를 중지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투자자,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내기 시작해서다. 펀드들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부동산 회사 주식을 팔아야 했다.

부동산 펀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영국 경제의 중요한 기둥(pillar)이 됐다”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은행(BOE)의 양적완화(QE)로 풀린 자금이 몰려든 곳이 부동산 시장이었다. 여기에다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 부호들의 자금도 집중됐다. 그 바람에 런던 등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수가 되살아났다. 톰슨로이터는 “영국 경기 회복의 엔진이 부동산 시장 호황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부동산 시장에서 펀드런은 달갑지 않은 조짐이다. 영국 부동산 시장이 브렉시트가 야기한 자금이탈 때문에 기우뚱거릴 수 있어서다. 자금이탈은 예견된 일이었다. 브렉시트 이후 3년 안에 빌딩 값이 20% 정도 떨어진다는 게 투자은행의 예측이었다. 기업이 영국 탈출에 나설 가능성이 커서다.

브렉시트 직전 런던 등의 부동산 시장은 호황을 넘어 거품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인 어데어 터너가 최근 칼럼과 강연 등에서 “QE로 풀린 돈 대부분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어 거품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탈이 거품 파열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에 따른 리스크가 이제 막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브렉시트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경로가 여태껏 분명하지 않았으나 이제 경로를 알 수 있는 단서(부동산 자금이탈)가 나타났다”고 했다.

펀드의 환매중단은 자금이탈을 진정시키지 못할 수 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 몇몇 부동산 펀드가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순간 환매 요구가 다른 부동산 펀드에 빗발쳤다. 불신의 전염이었다. 이는 다시 자금이탈을 빠르게 했다.

영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실물 경제 둔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008년 이후 영국 거시경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대 되살아나서다. 역(逆) 부(富)의 효과(reverse wealth effect)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카니 총재는 자금 살포를 선언했다. 그는 “1500억 파운드(약225조원)를 가계와 기업에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출 규정 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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