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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본은 태양광 차 굴리는데…주먹구구 정책에 ‘빛’ 못 보는 한국

중앙일보 2016.07.0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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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상
경제부문 기자

일본 자동차 업체 토요타는 올 가을 태양광 발전판이 지붕에 달린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을 예정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모두 동력으로 사용한다.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기는 주행용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쓰인다. 지금까지 차내 환기와 같이 보조용으로 태양광 발전판이 사용된 적이 있지만 주행 전력으로 활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42조 투자 등 발표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사업하려 해도
주민 반대로 부지 조성도 힘들어


토요타에 태양광 발전판을 공급하는 일본 업체 파나소닉은 세계 시장을 두고 미국 업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태양광 업체 솔라시티가 22.04% 효율을 자랑하는 가정용 발전판을 개발했다고 발표하자, 파나소닉은 2주도 안 돼 효율 22.5%인 발전판 개발에 성공했다며 치고 나왔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효율 20%를 넘겼다고 발표한 기업이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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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출시될 일본 토요타의 프리우스PHV. 차량 지붕에 태양광 발전판이 달렸다. [사진 토요타]

정부는 최근 태양광 발전과 같은 에너지신산업을 키우기 위해 2020년까지 4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이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은 13GW 규모로 올라간다. 국내 전체 전력 생산량의 13% 수준에 해당되는 양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 전력 의무비율(RPS)도 2020년까지 7%로 높인다. 발전회사들은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도 의무 비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앞다퉈 신재생 발전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일선 사업자들은 정부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태양광 발전판이나 풍력 발전기를 지을 부지마다 주민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은 대규모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주변 동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풍력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소음 문제로 설치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한 이 모(43)씨는 최근 3만 ㎡ 크기의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투자자로부터 50억원을 모아 2.5MW 용량의 발전소를 지으면 전기를 팔아 한해 4억8000만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주민 반대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정부가 친환경 사업이라고 권장만 할 뿐 개발 행위에 따르는 갈등 문제가 현장에서 불거졌을 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3년 정부는 충북 청원군의 소전 벌랏마을 등 전국 9개 마을을 신재생에너지 단지로 지정했다. 지자체와 정부 예산으로 마을 20가구에 20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했다. 당시 지자체는 가구당 연평균 전기요금 330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벌랏마을 이장 김필수(65)씨는 “텔레비전 시청료에 부과세까지 더해 한 달 전기료를 많게는 1만원을 낸다”며 “정부 예상 수익과는 거리가 먼데다 태양광 가로등이 식물 작황에도 영향을 줘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태양광 업체는 넓은 땅을 이용해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 업체에 가격 경쟁력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재준 건국대 응용화학과 교수는 “기술력은 아직 중국 업체에 뒤지지 않지만 단가를 맞추는 현장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 반대가 심하다면 학교나 관공서, 공공 여유부지로라도 재빠르게 눈을 돌려야 한다. 특정 부처에만 맡겨두고 나 몰라라 식이라면 미래 에너지 산업도 강대국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김민상 경제부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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