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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짐작 못한 채 13세 미만 추행…성폭력처벌법은 적용 안돼”

중앙일보 2016.07.06 11:03
13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했더라도 나이를 모른 채 범행을 저질렀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7월 오전 1시 45분경 배모(27)씨는 서울 양천구 근처에서 노상을 걸어가던 A양(당시 12세)의 입을 손으로 막은 뒤 근처로 끌고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양이 13세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해 배씨에게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 적용가능 한 성폭력처벌법은 ‘13세 미만 청소년을 강제추행하면 5년 이상 징역이나 3000만~5000만원 사이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적용되는 형법상 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다.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는 “범행 당시 배씨가 'A양이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성폭력처벌법 대신 형법상 강제추행을 적용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A양의 키가 162cm 가량으로 성인 여성과 큰 차이가 없었고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점이 주된 판단근거였다.

또 최초 경찰 조사 당시 배씨가 ‘그 여자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A양을 성인처럼 인식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고려됐다. 배씨에겐 동종 전과로 재범의 위험이 있어 '전자발찌 3년 부착' 명령도 함께 선고됐다.

이후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배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쌍방에서 항소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 배씨의 항소심에서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형벌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를 청소년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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