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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사는 식물 57종 고향 다 밝혀낼 겁니다”

중앙일보 2016.07.06 00:57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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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교수는 석 달에 한번 꼴로 독도를 찾아 식물의 고향찾기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선주 교수]

“독도 사철나무는 전라도 여수, 국화의 일종인 해국은 강원도 양양이 고향이랍니다.”

14년째 추적, 영남대 박선주 교수
서식지 조사, 채집, DNA 확인까지
1종 ‘뿌리’ 찾는 데 1년 넘게 걸려
일본명 식물들 안타까워 연구 시작

영남대 생명과학과 박선주(50)교수는 14년째 독도에서 자라는 식물의 고향을 추적하고 있다. 2002년 연구를 시작해 3년 만인 2005년 독도에 사는 식물이 모두 57종이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해 학계에 보고했다. 지난해엔 사철나무·해국·섬기린초 등 3종의 고향이 한국이란 사실을 밝혀내 해외 저널에도 실었다. 박 교수는 지금도 3개월에 한번 꼴로 독도를 찾아 식물의 고향을 확인하고 있다.

“1종의 식물 고향 찾기에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미국 『플로스 원(Plos One)』 같은 유명 해외 저널에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고향을 추적해 네덜란드 과학 저널인 『진(Gene)』에 실은 해국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3년 말 울릉도와 포항,양양, 그리고 서해·남해의 어촌까지 해국이 자라는 곳을 찾아가 채집했다. 이들 해국이 독도 해국과 동일한 DNA를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동해 인근 어촌을 돌아다니며 어부들이 강치 등을 잡기 위해 독도에 들어갔는지, 철새들이 해국이 있는 쪽에 서식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결국 독도 해국은 새와 해류에 의해 양양을 거쳐 포항·울릉도를 지나 독도로 건너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런 식으로 전남 여수의 어부들이 1900년대 전후 독도로 사철나무 씨앗을 옮겨간 사실도 밝혀냈다. 독도의 돌나물과인 섬기린초 역시 울릉도에서 해류를 타고 독도로 건너간 근거를 찾아 학술지에 실었다.

“독도 서식 식물 가운데 땅채송화(Sedum Oryzifolium Makino) 등 19종엔 안타깝게도 일본 관련 이름이 붙어있어요. 제가 독도 식물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식물 연구로 독도 생태주권 운동을 하게 된 셈이죠.”

2009년부턴 정부에서도 그의 독도 식물 고향 찾기를 돕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과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서 1년에 5000여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요즘 박 교수는 독도의 동도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 풀인 ‘번행초’ 추적에 한창이다. 독도에서 자라지만 울릉도는 물론 동해 쪽에도 똑같은 게 없는 미스터리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번행초 연구팀을 별도로 꾸려 조만간 일본 남부지역 도시를 관찰하러 갈 예정이다.

“남은 50여 종의 독도 식물 고향도 다 밝혀내고야 말겁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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