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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존경 않지만 존경하는

중앙일보 2016.07.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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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또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오늘 오전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대 국회 대정부질문 이틀만에 일시 정회했습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질의를 활자로 옮기면 나름 날카로운 비판적 지적입니다. 탕평인사 한다 해놓고 왜 안하느냐, 하는 건 누구나 지닐 수 있는 문제의식입니다. 능력 중심 인사였다, 하는 황교안 총리의 답변도 예상범위 내입니다. 영혼 없는 답변으로 비치지만,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탕평에 신경 못 썼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김 의원의 막말에 가까운 독설이 새누리당을 자극했습니다. 자초지종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다 보셨을 겁니다. 국회의원의 인성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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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을 막돼먹은 뒷골목 양아치 출신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고학력자입니다. 젊은 시절 산업은행에서 6년간 일했습니다. 갖출 것 다 갖춘 분이 이렇습니다. 게다가 새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소속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가르쳐 고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듯합니다. 관행을 바꾸고 제도적 장치로 재발을 막는 게 낫겠습니다. 의원끼리 호칭할 때 반드시 ‘존경하는’ ‘명예로운’ 등의 표현을 넣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속으로야 존경하지 않겠지만, 제도로 만들어 놓으면 입으론 존경한다 하겠지요. 그런 관행이 오래 가면 막말과 삿대질도 차츰 줄지 않을까 공상 수준의 생각을 해봅니다. 참고로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대전 시민들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어"라고 고함친 김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광산갑입니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또 내놨습니다. 세제와 금융에서 제조업과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게 눈에 띕니다. 성장동력을 잃은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엔 이론이 없습니다. 문제는 OECD 최저수준을 맴도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입니다. 당장엔 일자리의 수가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더 중요합니다. 정부의 나열식 대책엔 그런 그림이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 독일에서 들어온 뉴스 하나 소개합니다. 스포츠용품에서 나이키와 쌍벽을 이루는 아디다스가 해외 생산거점을 독일로 옮긴다고 합니다. 그동안 한국·중국·베트남 등 저임금 국가들을 전전했지만 2017년부터는 로보트를 사용해 24시간 신발공장을 본국에서 돌리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제조업을 놓치고 서비스업에서 길을 헤맬 때 독일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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