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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남중국해 중국 7개 인공섬 불법이냐’ 국제법정 12일 판결

중앙일보 2016.07.04 01:20 종합 18면 지면보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투표에 이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결정이 임박했다.

필리핀 “바위는 영토 아니다” 제소
불법 판결 땐 미국 항행자유 인정
중국은 어떤 판결에도 불응 밝혀
미국과 ‘강대강’ 대립 격화될 가능성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 법정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판결을 오는 12일(현지시간) 내린다고 예고했다.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이 미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사안이다. PCA의 결정이 내려지면 분쟁은 그 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어떤 결론이 나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 중국이 새로운 강경책을 뽑아 들고, 미국이 강 대 강으로 맞설 경우 국제 사회가 예기치 못할 사태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PCA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필리핀은 15개 항목으로 나눠 제소했지만 핵심은 구단선(九段線)의 위법성 여부와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의 법적 지위에 관한 판단 등 두 쟁점으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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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남중국해에 산재한 250여개의 섬·암초·산호초가 모두 자기 땅이며 350만㎢에 이르는 해역의 80%가 중국 관할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지도상에 표시한 게 구단선이다. 2009년 중국은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열람을 전제로 한 서한을 발송했다.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 섬에 대해 다툼 없는 주권을 가지며, 관련 수역뿐 아니라 해저와 하층토에 대해서도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가진다”는 내용이었다. 이 서한에 구단선이 그려진 지도가 첨부됐다.

중국이 ‘다툼 없는 주권’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2000여년 전 한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문헌을 내세운다. 중국 당국자나 학자들은 “남중국해의 섬들은 중국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이름 짓고 이용·관리해 왔다”는 논리를 입에 달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구단선 안에 인공섬을 건설한 데 대해 타국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이 중국의 논리다.

문제는 이 선을 중국 이외의 국가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단선에 대한 판단은 해양 경계 획정이나 도서 영유권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들어 중국은 “PCA에 구단선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유엔해양법협약 어느 곳에도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기타 국제 법정과 달리 PCA에는 영유권이나 해양경계획정에 관해 판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PCA가 12일 판결에서 구단선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인공섬의 법적 지위에 관한 판단은 명확히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PCA는 2014년 10월 중국의 동의 없는 필리핀의 일방 제소임에도 불구하고 심리를 개시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구단선 부분과 달리 인공섬 에 관해서는 심리 권한이 있음을 명백히 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가장 남쪽인 난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 가운데 7곳의 암초에 매립 등의 방식으로 인공섬을 건설해 총 12㎢의 땅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에는 3000m 길이의 활주로와 통신시설을 만들었다. 군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필리핀은 7개 암초 중 수비와 가벤 암초(중국명 난쉰자오·南薰礁)는 만조 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간조 노출지’여서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 대륙붕의 기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은 점유와 건설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피어리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 등 4곳도 해양법상 ‘섬’이 아닌 ‘바위’에 불과해 영해(12해리)는 형성하지만 EEZ를 생성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이 12해리 바깥에서의 항해나 어로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PCA가 이 부분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줄 경우엔 미국이 주장해 온 ‘항행의 자유’가 국제법정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반면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나 항해 방해 행위는 국제법상 불법 행위로 규정되게 된다.

물론 PCA가 판결 내용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하지만 판결 이후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 간의 대립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중국은 “그 어떤 판결도 인정하지도, 따르지도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미 패소 이후의 대응책을 마련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NHK는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 식별권을 설정하거나 필리핀이 실효 지배중인 세컨드 토머스(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에 대한 강제 점유 시도가 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태까지 남중국해 사태에 대해 한발 떨어진 입장을 유지해 온 한국도 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 받을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에 더해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의 새로운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유 수송량의 90%를 남중국해 항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PCA 판결을 마냥 남의 일 치부할 순 없게 됐다.
 
◆구단선=중국이 남중국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한 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구단선은 2차 대전 기간 중 이 일대를 장악하던 프랑스와 일본이 철수한 후인 1947년 당시 국민당 정부가 ‘11단선’을 그은 게 시초다. 그 뒤 53년 베트남 영토인 통킹만 인근의 선 두 개를 삭제해 구단선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구단선의 정확한 좌표를 밝힌 적이 없고, 실선이 아니라 9개의 작은 선으로 듬성듬성 이뤄진 점선 형태여서 모호한 부분이 많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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