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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세금 잘 걷혀 다행이긴 한데

중앙일보 2016.07.04 00:27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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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곤
신문제작담당

올해 경제 분야에서 기이한 뉴스를 꼽으라면 단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소식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건 주지의 사실. 그런데 세금은 잘 걷히고 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통념을 뒤집는 일이다. 나라 곳간이 채워지니 반갑기는 한데, 한편으론 개운치 않다. 납세자들이 뻔한 형편에 세금을 많이 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5월 세수 19조원 늘어…소득·법인세 많이 걷혀
불황에 개인·기업 세금 부담 너무 큰 건 아닌지


2012~2014년 연 2~3%의 저성장이 이어졌다. 세수(稅收)는 3년 연속 구멍(결손)이 났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5년. 목표치(예산)보다 2조2000억원 더 걷혔다. 지난해 2.6% 성장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담뱃세 인상으로 1조7000억원을 더 거뒀다. 불황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법인세는 2조4000억원 증가했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없애 실효세율을 높인 효과를 봤다.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도 1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인구 구조상 납세의무자가 늘고, 소득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취업난에다 저임금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지난해 가계의 실질소득은 1.6% 증가에 그쳤다. 그보다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게 결정적이었다. 연말정산 공제(의료비·교육비 등)를 줄이는 바람에 주로 중산층 봉급생활자의 근소세가 크게 늘었다.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사실상 증세를 한 것도 세수 증가로 이어졌다.

올 초만 해도 세수의 반전이 계속될지 긴가민가했다.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올 1~5월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9조원 늘었다. 지난해 2조2000억원 더 걷힌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이 정도면 일시적 현상은 아닌 듯하다. 19조원은 신공항을 두세 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이 기간 소득세가 5조6000억원 더 걷혔다. 법인세도 5조5000억원 늘었다. 경기가 활활 타오를 때도 세수가 이처럼 크게 는 경우는 없었다.

덕분에 빚을 내지 않고, 10조원짜리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게 돼 다행이긴 하다. 국세청은 맞춤형 신고 지원 서비스 같은 세정(稅政)을 잘해서 세금이 잘 걷힌다고 설명했다.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2015년 이후 소득세와 법인세를 지나치게 많이 걷는 구조로 바뀐 건 아닐까. 개인·기업이 자신들의 체력과 경제 상황에 비해 세금을 너무 많이 내는 건 아닐까.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세수만 놓고 보면 법인세는 이미 충분히 걷히고 있다. 비과세·감면을 줄여나가면 앞으로도 법인세는 잘 걷힐 것이다. 세율까지 인상하는 건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의 체력을 감안할 때 무리인 듯하다.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다.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소세와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종합소득세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근소세·종소세 비중은 2011년 1.7%에서 2015년 2.6%로 치솟았다. 정부가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세금을 징수하기 쉬운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호주머니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계속 늘려나가는 건 문제가 있다. 근소세 현안 중 하나가 올해 말 만료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연장 여부다. 정부가 고민하는 모양인데, 따져볼 것도 없이 연장해주는 게 맞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소득보다는 재산에 대한 세금(보유세)을 늘리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세금은 적정한 선에서 걷는 게 좋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게 걷으면 재정에 구멍이 생겨 나라 살림에 차질을 빚는다. 반대로 많이 걷으면 민간에 흘러 다닐 자금이 정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정부가 그 돈을 저출산·일자리 대책 같은 곳에 요긴하게 쓰면 좋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영 미덥지 않다. 심리 위축으로 소비와 투자만 더 침체될 우려가 있다. 통상 불황 때는 재정이 버틸 수 있는 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금이 목표보다 많이 걷혔다고 자랑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고현곤 신문제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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