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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같은 관광자원, 포차를 허하라

중앙선데이 2016.07.03 01:18 486호 10면 지면보기

선진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남산 타워 같은 관광지보다 포장마차·전통시장의 길거리 음식 체험을 선호한다. 사진은 서울 종로 3가 포장마차 거리. 오상민 기자



중앙SUNDAY는 세계한류학회와 공동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의 본질을 분야별로 집중 분석해보는 ‘한류 2.0 시대’를 게재합니다.


한류 2.0 시대 -4- 거리의 K-푸드, 포장마차

‘스트리트 패션’(5월 8일자), ‘성형수술’(6월 12일자), ‘인디밴드’(6월 19일자)에 이어 이번 주에는 한국의 ‘포장마차’를 집중조명합니다. 편집자주



 



1970년대 초 20세기 한국의 최대 국책사업이었던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새 집 줄게, 헌 집 다오”라는 슬로건으로 축약할 수 있었던 전대미문의 성공적인 사업이었다. 몇몇 초가집과 기와집은 모두 용인의 민속촌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싹쓸이로 없애는 대신, 서구적인 슬레이트나 슬래브 지붕 집이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전국 곳곳에 나타났다. 한국은 이제 그 어떤 선진국 사람들이 와도 부끄럽지 않은 새마을의 나라로 변신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용인 민속촌이 없었다면, 북촌 한옥 마을이 없었다면 21세기 서울은 선진국에서 방한한 관광객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남산의 서울 타워? 이태원의 쇼핑가와 식당? 강남의 코엑스? 롯데월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양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을 따라 가보자. 그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관광명소는 다름 아닌 명동·동대문시장·남대문시장(일본인), 광장시장·종로3가(일본인·서양인), 고궁(서양인), 인사동 전통거리(서양인), 동대문이나 홍대 주변의 포장마차(일본인·서양인), 그리고 회기역 파전 거리(일본인)다.



이 리스트에 남산 타워, 이태원, 강남은 들어 있지 않다. 이미 남산 타워보다 훨씬 아름다운 에펠탑이 파리에 있고 이태원보다 더 멋들어진 롯폰기가 도쿄에 있으며 강남 코엑스보다 더 웅장한 맨해튼이 뉴욕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전통시장의 길거리 음식, 동대문·탑골공원·종로3가역 주변의 대규모 포장마차 단지, 그리고 회기역 파전 거리는 그 희귀성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포장마차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회고형 학습’에 있다. 이는 선진국의 관광객들이 자기들보다 뒤떨어진 나라를 관광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다. 곧 현대화로 잃어버린 자신의 전통을 후진국 관광에서 재발견해 보려는 노력을 뜻한다.



19세기의 뉴욕이 현재 케냐의 나이로비보다 못한 수준의 도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대화를 통해 선진국들이 상실한 자신들의 전통은 심각한 정도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초현대적 도시 서울에서 허름한 포장마차를 발견하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조우하는 경우다. 도시 관광에서 오는 갈증을 일소해 버리는 청량제라는 얘기다.

동대문 포장마차촌에서 현장취재를 온 일본의 한 TV방송국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오인규]



산업화 과정의 애환 고스란히 담겨 이런 회고형 학습이나 포장마차의 진가를 잘 몰랐던 정책당국자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포장마차들을 기와집이나 초가집처럼 없애려고만 했고, 혹은 자신들이 설계한 ‘새마을표’ 포장마차로 모두 바꾸려 했다. 원래 포장마차는 주머니가 가벼웠던 서민과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하고 통금 전에 귀가할 수 있었던 가난 속의 유일한 휴식 장소였다. 포장마차 여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풍성한 농담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전신 안마와 같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포장마차를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무작정 시골로부터 상경해 마땅히 먹고살 방편이 없었던 달동네 사람들은 손수레를 개조해 포장마차라는 이동형 주점을 만들었다. 아울러 쌕쌕 소리를 내며 타던 카바이드 호롱불 아래에서 연탄불에 구운 참새구이·부침개·곰장어·닭똥집·어묵·떡볶이 등을 안주로 팔면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혼자서 운영해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생계형 사업이었다.



그래서인지 1980년대에는 전국에 포장마차 상인 숫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비공식적 통계가 있었다. 2016년 현재도 정확한 국가 통계는 없으나 포장마차는 점포형, 개량형, 구청 허가를 받은 집단형 등으로 나뉘어 성업 중이다. 요즘 젊은이들도 포장마차에서 늦은 시간까지 싼값에 소주와 곰장어를 먹을 수 있는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맘껏 여름 밤을 즐기고 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포장마차를 찾는 젊은 고객도 상당히 눈에 띈다.



포장마차가 현대화의 애환이 서린 한국의 문화적 상징인 이유는 이런 장사 자체가 개발 과정에서 불법의 온상으로 여겨져 각종 단속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단속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1980년대 말 전국의 포장마차를 대대적으로 집중 단속하고 철거한 주된 이유는 포장마차가 기업화하면서 고급 양주나 여성 접대부까지 동원해 영업을 하는 등 불온의 온상으로 변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이에 전국의 노점상들은 ‘노점 형제가’를 부르며 항거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무엇이 됐나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이 되었단다 누구는 노점상을 하고 싶어 하느냐 처자식 먹여 살리려 거리에서 장사한다 아 열 받는다! 노점상도 사람이다! 대책 없는 노점단속 즉각 중단하라!



이 노랫말처럼 구청이나 국가의 노점상 단속은 대책이 없고, 특히 앞서 언급한 중요한 한류 관광자원의 훼손이라는 인식도 전무한 상태였다. 대신에 엉뚱하게 고급 한식점이나 유명 셰프만 홍보하는 오류를 범하거나 서양에서 유행하는 푸드트럭을 한국에 들여와 포장마차 문화를 더 빠르게 없애려 하고 있다. 포장마차는 단속과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북촌의 한옥 마을처럼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어야 한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신고제 허가방식을 채택해 제도권 경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또한 외국 관광객들이 편하게 포장마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의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포장마차에서의 음악 연주(버스킹)를 허락해줄 필요가 있다. 거리 음악과 거리 음식의 마리아주(mariage)는 한류의 새로운 콘텐트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후쿠오카의 관광명소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한때 철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 후쿠오카시]



후쿠오카 나카스 포차거리는 관광 명소 우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K-패션이나 K-푸드로 낭비한 혈세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한식 세계화 사업에 쓴 혈세만 770억원에 이른다. 섬유패션 사업을 고급화하겠다던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10년간 8778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중앙SUNDAY 5월 8일자 10면)이나 스트리트 푸드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지원은 고사하고라도 방해만이라도 안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실내포차’라는 간판을 단 주점들이 즐비한 서울 도심 거리의 우울한 현실을 직면할 때 포장마차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시킨 후쿠오카의 나카스 지역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후쿠오카의 성공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겠지만 포장마차는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문화 콘텐트다. 특히 한국의 포장마차는 일본의 야타이(屋台), 중국의 탄쯔(?子)와도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류 팬인 세나는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포장마차를 꼽았다. 일본의 야타이처럼 화려하거나 극도로 깨끗하지는 않지만 야타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요, 포장마차 안의 정겹고 흥겨운 분위기를 그녀는 최고의 경험으로 여기는 것이다.



세나는 자신의 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거리의 음식을 한국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문화적 흥분까지 느꼈다고 했다. 우리가 과거 파리나 밀라노의 낭만적인 노변 카페를 보고 그들 문화의 선진성에 부러움을 느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세나뿐 아니라 일본의 한류 팬으로 트위터 필명이 ‘코레아노리터’인 한 여성은 비 오는 날이면 회기역 파전 거리에 막걸리와 파전을 먹으러 간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한국 생활을 홍보한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온 관광객은 막걸리와 파전이 과거 일본의 전후세대가 즐겼던 가난했던 시절의 탁주 도부로쿠(どぶろく)와 유사한 향수가 있고 이런 막걸리와 파전의 문화는 중국의 탄쯔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치맥(치킨과 맥주)이 돈 한 푼 안 쓰고 중국 한류 팬들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듯이 이제 포장마차의 소주와 떡볶이도 한류 붐을 타고 빠르게 국제화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이나 홍대 공원의 포차 거리는 주말마다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치맥과 떡볶이는 회고형 학습을 하려는 선진국의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선진형 학습’을 하려는 관광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진정한 K-푸드이고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현대 한국의 문화자원이다.



소주·떡볶이 등도 한류 붐 타고 빠르게 국제화 2014년 정부는 규제완화의 일환이자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푸드트럭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서울시에만 푸드트럭을 1000대까지 늘린다고 한다. 푸드트럭은 누가 봐도 서양의 문화이고 한국적인 면은 별로 없다. 포장마차를 즐기는 한류 관광객들이 과연 미국식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을까. 푸드트럭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포장마차는 단속의 대상으로 남겨 두는 바람에 청년실업을 줄이려는 목적이 오히려 비제도권의 실업을 양산하는 꼴로 변했다. 잃어버린 수저를 찾기보다는 남의 것을 훔쳐 와 충당하는 격이다.



서울에는 현재 포장마차촌이 별로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용산역 포장마차촌은 재개발로 사라졌고, 홍대 공원 포장마차도 고작 두세 개만 남아 있다. 또한 1990년대 성시를 이루었던 석계역 주변 포장마차촌은 이제 실내포차나 식당으로 대부분 둔갑했고, 당시의 영화를 간직한 노점형 포장마차는 두세 개 남짓 남아 있다.



이 지역에서 아직도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씨(여)는 “90년대만 해도 석계역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퇴근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던 포차 마을”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 포차는 몇 안 남아서 우리끼리 경쟁은 없지만 실내주점들과 경쟁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고충도 털어놓는다.



 



다음 회에는 한국 특유의 휴식공간 ‘찜질방’을 소개합니다.



 



오인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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