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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아 부모의 잘못

중앙선데이 2016.07.03 01:06 486호 24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우리 집안에 이런 사람이 없어요.” 비만클리닉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흔히 하는 말이다. 부모 손에 끌려온 아이는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다.


요즘 웰빙가에선

“얘는 이런데 동생은 빼빼 말랐어요. 걔는 아무리 먹여도 살이 안쪄요.” “살찐 게 벼슬도 아닌데 얘만 따로 식단을 챙겨주려니 너무 힘드네요.” 부모의 한탄에 아이는 더욱 주눅이 든다. 비만인 아이를 위해 혼자 식단을 차려주는 사례는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 한 식탁에서 따로 식단을 차려주면 아이들은 배려라기 보다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릴수록 자신의 과체중으로 인해 맛있는 것을 못 먹는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거기에 게으르다는 질타와 엄마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까지 더해지니 아이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체중 조절을 위한 식단은 영양실조를 유발하는 부실한 식단이 아니라 건강식단에 가깝다. 육류도 지방함량 적은 부위로, 기름에 튀기거나 볶기보다는 찌거나 굽거나 삶은 방법으로, 신선한 채소를 함께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기 비만의 경우는 성장을 고려해 열량을 심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영양소 균형을 위해 제대로 챙겨먹도록 해야 한다. 모든 가족이 함께 건강식단을 실천하면서 부모의 고지혈증이나 당뇨병이 개선되는 사례도 종종 본다. 주변환경이 함께 변하면 특별히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너 땜에 힘들다’가 오히려 ‘너로 인해 너무 감사하다’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간혹 “얘는 날 닮아서 아무리 해도 안돼요. 저주받은 체형인거죠.”라며 자신과 아이를 함께 비하하는 부모가 있다. 자신에 대한 나름 겸손한(?) 표현을 아이에게도 함께 적용하는 것인데, 그건 “너의 몸은 저주받은 체형이야”라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 더 가혹한 말일 수 있다. 부모의 사례가 덧붙여지면서 노력해도 안 될 것이라며 지레 포기하는 맘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운동하는 등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누가 더 잘하는지 한번 겨뤄보자고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집은 큰 대학생이라도 정신연령은 초중학생일 뿐이다. 또래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상처받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어떤 부모는 “아기 때는 너무 예뻤는데 커서 살찌니 너무 보기 싫어요”라고 말한다. 이 때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 내가 살이 찌면 미워하고 살이 빠져야 사랑하시는구나’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비만한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자신들의 마음 속에 있는 이상적인 내 아이의 모습에 현실의 아이를 맞추려고 애를 쓴다. 목표치와는 너무 먼 현실 속 내 아이 모습을 이상치에 근접시키는데만 치중해선 안 된다.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잊고 싶은 시간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 쉽다. 살이 쪄도, 공부를 못해도, 행동이 옳지 않아도 결국 그 모습 그대로 내 자식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 건강해지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하는 노력이 즐겁다는 것을 아이에게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 바른 체중 조절의 시작이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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