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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잡는 돈벌레, 다리 많은 지네…벌레야, 벌레야

중앙선데이 2016.07.03 00:36 486호 22면 지면보기
푸르름에 둘러싸인 전원의 삶이 즐겁기도 하지만 애로 사항이 없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겨울에는 ‘추위’, 여름에는 ‘벌레’다. 지구상에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생명체가 여러 형태와 크기로 존재하고 있지만, 벌레만큼 인간들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가 또 있을까. 오죽하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싸잡아 ‘벌레만도 못하다’고 깎아내릴까.



하지만 벌레는 개체 수만 따져 보아도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번성한 생명체다. 5억 년 전인 고생대부터 출현하여 지금까지 대대손손 잘 살아오고 있는 벌레는 이 별에 최적화된 무시 못 할 종족임에 틀림없다. 인류의 자존심만 허락한다면 지구를 ‘벌레들의 고향’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도시남자 이장희, 전원살다 -9-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있을까. 보통 숲 속 1㎡ 안에는 대략 150만 마리의 벌레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번 걸을 때마다 약 2만 마리의 벌레를 밟는 셈이니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사는 집 안의 벌레다. 분명 적지 않은 녀석들이 말도 없이 눌러 붙어 지내고 있을 텐데, 문제는 얼마나 자주 눈에 띄느냐 일 것이다.?게다가 사방이 흙으로 덮인 전원의 주택은 도시보다 다양한 벌레들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작고 이상하게 생긴 하등 생명체를 접하는 기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마음을 열고 조금은 친해지려 애쓰는 것이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득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벌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은 아이들 것으로 대신했다. 직접 그린 것을 넣고는 싶었지만 내 그림들이 벌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대다수의 독자분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여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집 안에서 잡은 것만으로 추렸다.

포획과 관찰을 거쳐 해충임이 판명되면 죽여야 하는 일은 전적으로 내가 총대를 메는데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포획용 블리스터를 세차게 흔들어 주면 곧 모든 것이 끝난다. 다음에는 개미밥으로 아이들의 새로운 관찰 대상이 된다.



다리가 많거나 아예 없을수록 혐오감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 중 높은 순위권에 드는 녀석이 지네다. 약재로 쓰이긴 하지만, 사람을 물기 때문에 익충이라 봐 줄 수 없다. 걸쳐 입은 갑옷도 튼튼해 잘 죽지도 않을 뿐더러 다다닥 소리를 내며 마룻바닥을 기는 소리마저 무섭다. 한번 보고 나면 잠을 설칠 정도다. 예로부터 이야기 속에 곧잘 천년 묵은 모습으로 등장하며 나쁜 녀석으로 회자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다행스럽게 커다란 녀석을 한 번 잡은 이후 현재까지?집안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리마는 집안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벌레다. 가벼운 데다 빨라서 벽이나 천정을 가리지 않고 활보하고 다닌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정도로 약한데, 문제는 녀석이 익충이라는 사실이다. 모기·파리·바퀴 등을 잡아먹고 해충의 알까지 찾아 먹는다고 하니 혐오스럽지만 참아야지 별 수가 없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 옛날 부잣집에 많았다고 해서 ‘돈벌레’라는 애칭이 있다. 생긴 건 무섭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줍음도 많고 겁도 많은 놈이다.



도시 생활에서도 심심치 않게 봤는데 전원에 오니 종류도 다양하게 눈에 띈다. 노린내가 나는 지독한 액체를 분비하여 ‘방구벌레’라는 별칭도 있다. 손에 묻으면 혼자 당할 수 없어 집안 식구들에게 맡아 보라며 손들고 쫓아다니기 일쑤다.



꼬리에 붙은 집게는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무서운 공격력은 없다. 작은 곤충이나 진드기, 곰팡이를 먹기 때문에 익충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암컷은 모성애가 강한 곤충으로 알려져 새끼가 깨어나 자랄 때까지 옆에서 보호해 준다고 하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사냥벌의 일종으로 날씬한 생김새가 매력적이다. 가는 허리는 사냥감의 급소를 찾아 마취액을 재빨리 주입하기 위한 유연성을 위해 도움이 된다. 그늘이나 틈을 찾기 때문인지 종종 창 틈을 비집고 집안으로 들어와 마주친다.



쌀바구미 같은 작은 것만 보다가 거대한 왕바구미를 보고 놀랐다. 코끼리 코처럼 긴 주둥이가 인상적인데 쌀이나 밤처럼 사람과 먹는 것이 비슷하여 해충이 되어 버렸다. 새똥의 모습을 똑 닮은 바구미도 보았다. ‘닮을 게 없어서 새똥이라니!’ 싶다가도 새를 피하기 위해선 새똥만큼 기막힌 위장도 없을 듯싶다. 영리하다!



 

집안에서 살충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층마다 방마다 두고 필요할 때 급히 쓰자며 구입하기 시작한 파리채가 하나 둘 늘어 6개가 되었다. 여러 파리채를 써보니 부드러운 것이 요긴하다. 그중 하나는 긴 장대에 붙여 여러 용도로도 쓴다. 깔끔하게 모기를 잡기에는 전자 모기채만한 것도 없다. 정말 훌륭한 발명품이다!



벌레를 잡는 이유는 다양하다. 식용이나 관찰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 원치 않는 행위이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집안에 들어온 벌레를 포획해야 하는 경우다.



만남은 예기치 않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편한 자리가 되게 마련이다. 결코 이 세상이 인간 독점의 공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허락받지 않은 생명체가 내 집안에 있는 상황은 참을 수가 없나 보다. 하지만 전원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레를 존중해 주는 자비심도 생긴다.?사실 존중이라기보다 매번 그들을 집밖으로 추방하는 일들이 슬슬 귀찮아진다는 쪽이 맞을 것 같다. 문제는 인간의 기준이다.?



그 불법 침입자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집안에서 맞닥뜨린 벌레가 받을 ‘해충이냐 익충이냐’의 이분법적 판결은 그들의 생사를 좌우한다.물론 잘 알려진 파리나 모기는 고민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처음 보는 벌레들의 목숨을 간단하게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일단 포획된 벌레는 곤충 도감을 비롯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체를 밝히게 된다. 결론이 익충이라면 벌레는 집밖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지만, 해충이라면 슬픈 일이지만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들이 무슨 사신도 아닐진대 한 생명체의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게 옳은가 싶기도 하다.?그렇지만 가족을 해충의 위협에 노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다행히 해충의 수는 전체 곤충의 수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대부분의 벌레들은 인류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아무런 관련도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벌레는 바로 박멸의 대상으로 서로에게 악연이 시작된다. 일방적인 학살이 대부분이다.?벌레도 생존을 위한 무기가 없지 않다. 재빠르게 자리를 피하거나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녀석들도 있어 꽤나 위험하다.?하지만 역시 가장 골치 아픈 무기는 인해전술이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꽃매미는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으로 약충을 지나 날개 달린 성충이 된다.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어린 시기는?약충(若蟲)이라 하여 나비나 잠자리처럼 번데기를 거쳐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어린 시기인 유충(幼蟲)과 구분해 부른다. 특이한 건 몇 번 탈피하는 약충의 시기에 몸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색깔도 검정에서 빨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속도도 빨라지고 점프력도 향상된다. 마치 게임 속의 레벨을 높이는 곤충 캐릭터 같다! 일단 날개 달린 성충이 되면 퇴치는 더 어려워질 것이기에 될 수 있는 한 그 전에 많이 없애려 노력 중이다!

꽃매미는 활엽수를 특히 좋아한다. 집 뒤편 일본목련에 꽃매미가 가장 많다. 일단 파리채가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녀석들을 향해 거세게 물을 쏘아 떨어뜨리면 잠시 후에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무수한 약충들을 볼 수 있다. 그때 열심히 파리채를 휘둘러 준다.



살생유택이라는 세속오계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 요즘 그 중심에 ‘꽃매미’가 있다! 이전에 꽃매미에 관한 뉴스를 접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도시에서는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을 뿐이다.?그저 중국에서 건너온 나쁜 곤충으로만 여겼고 공원에서 눈에 띄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마당에서 처음으로 꽃매미의 새끼를 마주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원의 나무는 누군가 관리하고 있겠지만, 우리집 나무는 내가 지켜내지 않으면 내년에는 푸른 잎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꽃매미의 어린 모습을 보고는 나의 얄팍한 지식을 뭉뚱그려 거위벌레 종류라 생각하며 유심히 관찰만 한 채 놓아 주었다. 그런데 점차 마당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는 횟수가 늘어 세심한 뒷조사를 해보니 이 녀석이 그 유명한 꽃매미의 약충이란 걸 알게 되었다. 꽃매미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꽃매미는 직접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체수가 워낙 많아?나무나 작물이 버틸 수가 없는 것이 문제다. 또한 단체로 쏟아내는 배설물은 잎을 덮어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고 그을음병을 일으켜 치명적인 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희귀하면 대접도 받고 보호까지 받았을 텐데 숫자가 많아지니 박멸의 대상이 된다.?이래저래 중도의 길을 걷는 것이 최선이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자연에도 결코 예외는 없다. 인간의 처지라고 다를까.?자연의 심판 앞에 지구별에 이로운 생명체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텐데 걱정부터 앞선다.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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