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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2016 한국 영화계 중간 점검…"‘1000만 영화’ 없는 상반기 4년 만에 처음"

중앙일보 2016.07.03 00:00
‘1000만 영화’는 없었다. 상반기에 1000만 영화가 나오지 않은 건 4년 만이다. 2013년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이 관객 1281만 명을 돌파한 후, 2014년과 2015년에는 전년도 이월 영화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각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왔다. 올해 상반기 박스오피스에서는 ‘검사외전’(2월 3일 개봉, 이일형 감독)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4월 27일 개봉, 앤서니 루소·조 루소 감독)가 각각 관객 970만·867만 명을 모았으나, 끝내 관객 1000만 명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상반기 관객 수는 9319만 명. 전년에 비해 소폭 상승해 3년간의 하락세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그러나 상반기 부진을 국내 영화 산업의 위기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믿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진부터 작은 영화의 약진까지 올해 상반기 흥행 상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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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검사외전` 스틸컷]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누적 관객 2억 명을 돌파한 기록이 지난 3년간 이어졌다. 한국 영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은 2013년부터 이미 대두됐다. 성장 둔화가 흥행 기록의 정체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대다수 영화계 관계자들은 올해 상반기 시장 부진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투자팀 이정세 부장은 “1000만 영화의 부재를 위기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시장 흐름은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한국 영화계에 진짜 위기론이 대두됐던 2006~2007년과 양상이 다르다”며 “올해 상반기 흥행 부진은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 때문이 아니라 여러 변수가 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영화, 총 관객 수 소폭 상승
일단 상반기 박스오피스 흥행 부진을 한국영화 탓으로 돌리긴 어려울 것 같다. 올해 한국영화는 상반기 총 관객 수가 4306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간(3833만 명)보다 소폭 상승했다. 외화 대비 관객 점유율도 46.2%로, 지난해 동기간(41.6%) 대비 4.6% 올랐다. 이 시기에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지난해(11편)보다 올해(12편) 한 편이 늘었다 . 지난해 연말 개봉한 텐트폴 영화(Tentpole Movie·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어느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1~2월 관객 규모는 전년 12월 텐트폴 영화의 성적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데, 2015년은 ‘히말라야’(이석훈 감독) 등 텐트폴 영화들이 예년보다 저조한 관객 수를 기록하면서 설 연휴 관객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검사외전’ 흥행 이후 작은 영화 ‘귀향’(2월 24일 개봉, 조정래 감독) ‘동주’(2월 17일 개봉, 이준익 감독)가 약진한 2월부터 ‘곡성(哭聲)’(5월 11일 개봉, 나홍진 감독, 이하 ‘곡성’) ‘아가씨’(6월 1일 개봉, 박찬욱 감독)가 개봉하기까지 3개월가량 눈에 띄는 히트작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기존 한국 영화계가 만들어 온 상업 장르영화에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향’ ‘동주’ 같은 영화들이 이례적으로 입소문을 타거나 ‘곡성’ ‘아가씨’처럼 파격적 설정의 영화들이 크게 주목받는 현상 저변에는, 뭔가 새로운 영화를 찾는 관객의 갈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외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과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의 정상진 대표는 “할리우드와 차별화된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국내 사회 이슈를 건드리고 대중의 울분을 달래는 데 있다. 하지만 대기업 자본으로 상업영화를 만드는 지금의 구조에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세 부장은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한 한국영화들은 다소 촌스럽지만 보편적인 공감 코드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데드풀’(2월 17일 개봉, 팀 밀러 감독)처럼 취향이 강한 영화가 흥행하는 추세”라면서 “지금은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 취향이 한층 뚜렷하고 세분화되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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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스틸컷]

믿었던 외화 기대작의 부진
약세를 보인 건 오히려 외화 쪽이다. 올해 상반기 외화 관객 수(5013만 명)는 전년 동기간(5379만 명) 대비 366만 명 감소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조스 웨던 감독)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매튜 본 감독) ‘쥬라기 월드’(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등 외화가 강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힘 있는 콘텐트가 없었다”고 했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역대 최다 스크린(1990개)을 차지하는 등 대작들의 스크린 과점에 대한 이슈도 여전했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외화 대작의 경우 낮은 좌석 점유율에도 관행적으로 개봉관을 많이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상진 엣나인·아트나인 대표는 “1000만 영화를 만들겠다는 기대로 극장들이 스크린을 몰아준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3월 24일 개봉, 잭 스나이더 감독)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잇달아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스크린 확보에 애먹은 중·저예산 영화들이 덩달아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반면 CJ CGV 조성진 홍보팀장은 “스크린 수는 전국 2400여 개로 한정돼 있는데, 매년 100여 편씩 급등하는 개봉 편수가 중·저예산 영화의 스크린 확보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외화의 부진 속에 유독 선전을 보인 직배사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다. 뜻밖의 장기 흥행으로 관객 470만 명을 모은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월 17일 개봉, 바이런 하워드·리치 무어 감독)와 최근 개봉한 실사영화 ‘정글북’(6월 9일 개봉, 존 파브로 감독), 자회사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모두 상반기 외화 흥행 10위권에 안착시키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사라진 ‘아트버스터’
올해 상반기엔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다양성 영화도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위플래쉬’(2014, 다미엔 차젤레 감독)가 관객 158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했지만,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 중인 다양성 영화는, 55만 명이 극장을 찾은 ‘싱 스트리트’(5월 19일 개봉, 존 카니 감독)뿐이다. 2014년도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 관객 480만 명) ‘비긴 어게인’(2013, 존 카니 감독, 관객 342만 명)이 ‘아트버스터’로 불리며 블록버스터 수준의 관객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는 “극장에 관객이 줄어든 게 다양성 영화 시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진 대표는 “관객에게 다양성 영화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은 극장에서 포스터·전단·배너 등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극장에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홍보 기회가 줄어든다.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텐트폴 영화의 부진이 다양성 영화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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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귀향` 스틸컷]

작지만 강한 저예산 영화
상업영화 전반의 침체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영화들이 있다. 메이저 상업영화 중심이던 극장가에서 스타 배우와 대규모 자본 없이 저예산 영화의 반격을 보여 준 ‘귀향’ ‘동주’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각각 관객 358만·116만 명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화 관계자 대부분은 이러한 저예산 영화의 흥행이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인 스크린 쏠림 현상을 해결할 좋은 예시”라고 진단했다. 상업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영화라도, 관객의 호평과 자발적 입소문을 이끌어 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4등’(4월 13일 개봉, 정지우 감독) ‘나의 소녀시대’(5월 11일 개봉, 프랭키 첸 감독) ‘본 투 비 블루’(6월 9일 개봉, 로버트 뷔드로 감독) ‘우리들’(6월 16일 개봉, 윤가은 감독)이 완성도 면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하반기가 남아 있다
여름 시장은 그야말로 영화계의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상반기 흥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극장 간 경쟁이 과열될 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이는 하반기에만 국한된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CJ CGV 조성진 홍보팀장 역시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주토피아’ ‘나의 소녀시대’ 같은 영화들이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했다.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극장도 관객 선호도를 고려해 다양한 영화를 편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행’(7월 20일 개봉, 연상호 감독) ‘제이슨 본’(7월 28일 개봉, 폴 그린그래스 감독) ‘인천상륙작전’(7월 개봉 예정, 이재한 감독) ‘덕혜옹주’(8월 개봉 예정, 허진호 감독) ‘스타트렉 비욘드’(8월 개봉 예정, 저스틴 린 감독) ‘터널’(8월 개봉 예정, 김성훈 감독) ‘밀정’(9월 개봉 예정, 김지운 감독) 등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을 겨냥한 텐트폴 영화들이 출격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여름 ‘베테랑’(류승완 감독)과 ‘암살’(최동훈 감독),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올여름에도 ‘쌍천만 영화’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반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나원정·이지영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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