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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 열한 번째 질문…왜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될까?

중앙일보 2016.07.02 14:06
최근 '어바웃 타임(About Time)'이라는 유쾌한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같은 시점으로 몇 번이고 돌아간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완벽한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또는 사랑하는 여동생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혼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축사를 할 사람을 찾기 위해 결혼식 당일을 여러 차례 다시 경험하면서 축사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켜보기도 한다. 결국은 아버지가 축사를 하는 결론에 만족하는데, 그 아버지마저도 본인의 축사가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 축사를 한번 더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자유자재로 삶의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런 저런 상황들을 다 경험해보고 가장 만족스러운 하나를 선택해 취하면 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현실을 만들면 그만이다. 미래에 대해 걱정할 이유도, 마음에 상처를 담아 둘 일도 없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재미있고 비현실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살다 보면 가끔 데자뷰(deja-vu)를 경험할 때가 있다. 이전에 겪었던 것 같은 상황이 내 앞에 또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처음 한두 번은 아무 생각 없이 생긴 대로 부딪쳐 겪는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되면 머리 속에 번쩍 불이 하나 켜진다. 아, 이건 우연이 아니구나. 나는 삶이 내게 던지는 상황에 그저 대처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 국제회의에서 만난 한 중국여성은 얼마 전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완쾌되었다고 생각했을 무렵 증상은 다시 돌아왔다. 증상이 생기고 없어지는 상황이 몇 번 반복되었을 때 평소 마음공부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자신에게 왜 병이 왔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내면과 삶의 패턴을 깊이 들여다보았다고 했다. 그 원인이 자신 안에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증세는 사라졌고 병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포장만 다르고 본질은 같은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은 타고 난 나의 성격이 지속적으로 부딪치는 존재의 숙제 같은 경우나 다름 없다. 살면서 풀어야 하는 숙제. 좋은 일이 반복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숙제는 대부분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원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일들이다. 계속 같은 상황을 만들고 겪는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원인이 제거해도 다시 같은 자리에 올라오는 혹처럼 뿌리가 깊다는 의미다. 누구에게나 자기 존재 깊은 곳에 박힌 혹이 하나 둘쯤 있다. 그 뿌리를 잘 들여다봐야지 숙제를 풀 수 있다. 나름 답을 얻을 때까지는 같은 숙제가 반복해서 내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매번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내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성격의 패턴으로는 같은 결론을 만들어낼 뿐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같은 선택을 한다. 그야말로 생긴 대로 사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과 다른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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