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택희의 맛따라기] 고급요리 안 부러운 '진진' 해물짬뽕…왕육성 사부 "아직 많이 미흡해요"

중앙일보 2016.07.01 00:02
기사 이미지
왕육성(62) 사부의 중화음식점 ‘진진(津津)’이 짬뽕을 내놨다. 점심에도 먹을 수 있다. 지난달 8일 문을 연 3호점(진진가연: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62/전화 070-8713-8888)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1, 2호점이 오후 5시에 영업을 시작하고, 면 음식은 일절 하지 않는 데 비하면 큰 변화다.

재료도 맛도 화려한 해물짬뽕 한 그릇 값은 8000원(회원 6400원). 5대 짬뽕이라며 전국을 순례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짬뽕 득세시대에 ‘국수주의자(박찬일 셰프의 표현)’들은 반색을 할 소식이다. 3호점 위치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던 서교동사거리 옛 ‘로바다야 카덴’ 자리다.
기사 이미지

`진진`을 운영하는 왕육성 사부. 그는 늘 밝은 표정이다.



왕 사부와 그가 운영하는 ‘진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거론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못해 진부할 정도다. 그를 부르는 왕 사부의 ‘왕’은 성이지만, 중화요리계 워낙 대선배여서 그냥 사부라 하기엔 뭔가 모자란 듯 생각해 크다는 뜻도 담은 호칭이다. 중식 분야에선 총주방장을 셰프가 아니라 사부(師傅)라고 부른다. 그는 17세 무렵인 1970년께 중국음식점 일을 시작했다. 일생일업(一生一業), 어언 반세기 고지가 보이는 연륜이다.

진진은 그가 27년간(고용 총괄셰프 12년, 오너셰프 15년) 운영하던 특급호텔 중식당을 접고 서교동 외진 곳에 연 캐주얼 중식당이다. 호텔 수준 요리를 동네 중국집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손님들이 연일 긴 줄을 선다.

상호는 왕 사부의 부모님이 톈진(天津)에서 한국으로 와서 아들이 서울 양화진(楊花津·양화대교 북단에 있던 옛 나루터) 이웃에서 자리를 잡았으므로 한·중이 만나는 재미 진진한 명소가 되겠다는 뜻을 담아 지었다.

우리말 ‘진진(津津)’은 <①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맛이 좋다. ②물건 따위가 풍성하게 많다. ③재미 따위가 매우 있다.> 같은 뜻의 말이다. ‘진진한 음식’, ‘흥미가 진진하다’ 식으로 흔히 쓴다. 1호점(진진: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3/전화 070-5035-8878), 2호점(진진 신관: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30/전화 02-324-8188).
기사 이미지

진진의 새 메뉴 짬뽕은 비싸지 않지만 맛과 내용 모두 고급스럽다.

왕 사부는 3호점에서 짬뽕을 낼 때마다 “아직 완성이 안 됐어요”라며 겸사(謙辭)를 연발한다. 그 말엔 겸손뿐 아니라 염려와 고민이 동시에 배어있다.

우선은 가까운 분들에게만 맛을 보이며 눈치를 살피는데 기대 밖의 의견들이 있어요. 불맛, 매운 정도, 간, 세 가지를 조정해야 해서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요리할 때 웍(?)에 뜨는 불과 달라붙는 불이 있어요. 뜨는 불이 생기면 음식에 냇내(그을음 맛) 들어간다고 예전에 배울 때 사부님들한테 야단맞았어요.  요즘 사람들은 그걸 불맛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불을 붙이고, 심지어 가스토치로 불을 쐬어 그 맛을 내기까지 한다더군요. 그런 맛에 대한 요구가 있어요. (냇내 아닌 불맛을) 얼마나 넣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구수한 게 짬뽕 맛인데 요즘 사람들 입맛이 자꾸 매운 쪽으로 가서 어느 정도에서 맞춰야 하나, 이것도 반응을 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 많이 모이는 홍대 앞이다 보니 그들의 입맛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매운 소스를 개발해 테이블에 올려놨다. 중국 산초와 청양고춧가루에 기름을 넣고 살짝 볶은 양념이다.
기사 이미지

짬뽕을 볶는 왕육성 사부의 눈초리가 매섭다. 웃음기를 타고난 그의 눈은 불 앞에 서서 웍을 잡으면 매의 눈으로 바뀐다.

짬뽕의 간도 아직 안정이 안 돼 매일 긴장하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음식 간을 많이 강조하는데, 10명이 먹었을 때 2명쯤 ‘짜다’는 반응을 보이면 적당하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웍을 다루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 다릅니다. 주방의 환경과 재료에 대해 잘 이해를 해야 하고, 조리할 때 ‘순간의 느낌’이 맛을 좌우하는데 그걸 전수하면서 주방을 지휘하는 일이 제 일이죠.


진진의 짬뽕을 세 번을 먹어봤는데 처음엔 왕 사부가 직접 볶았고, 두 번은 다른 조리사가 했다. 맛이 달랐다.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먹었을 때는 "이런 게 연륜이고 실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튀는 맛 없이 부드럽고 구수하면서 고르게 시원했다.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점심시간에 두 번째 먹었을 때는 짰다. 일행 넷이 모두 그렇다고 했다. 그가 자꾸 ‘미완성’을 말하는 이유와 거기 담긴 걱정과 고민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먹는 사람으로서는 더 맛있어진다는 약속으로 들어도 무방하겠다. 세 번째는 저녁에 몇 가지 요리를 먹은 뒤 입가심으로 나눠 먹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은 “이제 다른 중국집 짬뽕은 못 먹겠다”고 했다.
기사 이미지

진진 짬뽕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들.

해물짬뽕이지만 국물의 기본은 닭·돼지 뼈 육수다. 거기에 꽃게와 새우를 우려낸 소스를 살짝 섞어 구수하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재료는 굵직한 새우 두 마리, 꽃게, 바지락조개, 갑오징어, 오징어, 소라 살, 목이버섯, 청경채, 배추·애호박·당근·양파 채가 들어간다. 이 정도만 해도 맛은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철이 돌아오면 굵직한 굴도 넣을 생각이다.                

3호점에도 기존 진진의 일품요리들은 똑같이 있다. 오향냉채(1만6500원), 대게살볶음(2만1000원), 팔보채(4만원), 카이란 소고기 볶음(2만1000원), 깐풍기(1만8000원), 멘보샤(1만5000원), 마파두부(1만5800원), 간쇼새우(2만2000원), 칭찡우럭(3만5000원), 꿔샤오기(2만원), 어향가지(1만7000원), 물만두(7000원), XO볶음밥(8300원).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어향가지.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오향냉채.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멘보샤.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대게살볶음.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간쇼새우.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팔보채.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수제물만두.
기사 이미지
진진의 일품요리 OX볶음밥.
3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술을 제외한 모든 음식 값 20%를 평생 할인해준다. 문 여는 시간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11시(주방 마감 9시). 수요일은 휴일. 1호점은 월요일, 2호점은 화요일 쉰다.
기사 이미지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