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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책임지는 것” 안철수의 여섯 번째 ‘철수’

중앙일보 2016.06.30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대표직 사퇴 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막스 베버를 언급했다.

‘책임윤리’ 막스 베버 인용 백의종군
“사퇴는 현실 도피” 만류에도 강행

안 대표는 29일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 왔고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미리 써 온 메모지에는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라고 쓰여 있었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인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1919)에서 동기가 순수하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책임지지 않고 주위 탓으로 돌리는 ‘심정윤리’의 대구로, 행위에 대해 결과를 책임지는 ‘책임윤리’란 용어를 사용했다.

안 대표는 책임윤리를 말했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철수’는 벌써 여섯 번째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 2012년 대통령 후보직 사퇴, 2014년 3월 신당 창당 포기 및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 사퇴, 2015년 새정치연합 탈당….

특히 이번 대표직 사퇴는 자의(自意)보다 타의(他意)란 점에서 안 대표에겐 상처다. 4·13 총선에서 38석(정당득표율 26.74%로 2위)으로 파란을 일으키며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측근인 박선숙(56·비례5번) 의원이 리베이트 혐의로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떠밀렸기 때문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로선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대선 행보를 준비할 여유를 갖는다는 면에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부 공백을 초래한 건 성급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회의에서 박주선 의원이 “사퇴는 현실도피”라며 만류했지만 “ 좌고우면 않겠다”며 사퇴를 강행했다. 전날(28일) 오전 8시30분 박선숙 의원 등의 출당(제명)과 당원권 정지 징계방안을 놓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호남 출신의 유성엽·황주홍 의원이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사퇴를 결심하고 직접 사퇴문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오후 4시 의원총회 때까지 국회의원회관 518호 집무실에서 혼자 A4용지에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 등에 대한 징계와 별도로 당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사퇴 입장문을 작성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안 대표는 이미 검찰 수사에서 불법이 드러나면 대표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며 “유성엽 의원 이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사퇴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사퇴 회견 후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의원회관에도 들르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대신 소셜네트워크(SNS) 바이버를 통해 당직자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고 고마웠다. 국민의당을 위해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관련 기사 박지원, 원내대표 이어 비대위원장도 세 번째

200일 만에 평당원으로 돌아온 안 대표는 일단 상임위(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미래일자리특위 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안 대표와 가까운 이태규 의원은 “당분간 격차 해소와 통일 등에 고민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탈당·창당 다시 평당원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2015년 12월 13일)

“기득권 야당으론 희망 없다. 새정치로 보답”

▶국민의당 창당 연설(2016년 2월 2일)

“정치혁명, 정치·국회 교체로 나가겠다”

▶야권통합 제안 거부(3월 6일)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 돌아갈 수 없다”

▶4·13 총선 38석 3당체제 성공(4월 14일)

▶ 선관위,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부총장 2억 리베이트 혐의 고발(6월 9일)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퇴(6월 29일)


“정치는 책임지는 것. 대표직 내려놓겠다”

정효식·박가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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