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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스타킹]① 서울서 원하는 집 구하기? 미션 임파서블

중앙일보 2016.06.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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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때론 너무나도 닮아 있어 변화와 일탈을 꿈꾼다. 한국에서,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치열한 일이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 대한민국 사람의 1/5이 모여 있는 서울은 너무도 재미있는 도시이자, 너무도 외로운 도시다.
 
 작가 김중혁은 ‘나는 속된 도시가 좋다. 나는 여기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유다.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에 온지도 10년이 넘었다. 서울사람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속살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동안 9번의 이사를 했고 서울 곳곳을 전전했다. 때로는 원해서, 때로는 돈에 맞춰 이사를 다녔다. 점수에 맞춰 대학 학과를 정하듯 예산에 맞춰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건 이 시대의 로망과 절망의 미묘한 타협점과 같은 거다.
 
# 변화
 
 2015년 4월 동생이 결혼했다. 동생과 사촌동생 3명이 함께 살던 중곡동 집의 균형점이 바뀌었다. 29살이 된 사촌동생은 독립을 선언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금 ‘이사’를 고민해야 했다. 4년 가까이 산 집은 많이 낡았다. 중곡 제일시장 골목길 어딘가 위치한 ‘그린빌’은 녹색과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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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계약이 끝날 때 저희 나가려고요.”
 
 “그래요? 잘됐다. 안 그래도 저희도 집을 내놨거든요.”
 
 “네? 집을 내놓으셨다고요.”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전세 들어오겠다는 집은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시구나. 얼마에 내놓으셨는데요?”
 
 “2억 4000만원이고 전세는 2억 2000만원이요”
 
 8000만원이 올랐다. 4년간 8000만원이면 그렇게 많이 오른 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을 사는 것과 전세가 2000만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사실도 신선했다. 그렇게 통보는 끝났다.
 
# 집 구하기
 
 직장에 다니며 집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 집으로 이사 간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머리 아픈 일이다. 예전에 광진구 자양동에 집을 인터넷 카페로 구해 복비를 아꼈던 기억이 있어서 카페를 먼저 뒤졌다. 그리고 그 사이 새로 생긴 중개 전문앱들도 모두 다 설치했다. 나름 IT에는 밝았기에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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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염두에 뒀던 건 오피스텔이었다. 주차 편하고 보안 확실하고, 남자 혼자 살기에 오피스텔만큼 편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 업무 때문에 몇 달씩 살아본 오피스텔의 단점들이 기억났다. 길거리의 소음과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 민감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지쳐 퇴근한 후 신경을 거스르는 소음은 견디기 어려웠다. 다른 옵션을 생각해야 했다.
 
 예전처럼 이사 갈 동네를 먼저 정해야 했다. 조건은 1.회사 출근이 어렵지 않을 것 2.흥미롭고 재미난 동네일 것. 삶이 회사 위주로 돌아가는 건 대한민국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는 곳만큼은 조용하면서도 재미난 곳이었으면 했다.

 처음 관심이 갔던 곳은 종로 계동과 부암동. 서울 시내에 위치하면서도 고즈넉함이 남아 있는 곳이라서 흥미가 갔다. 교통의 불편함 쯤은 감수할만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고, 월세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나마 눈에 띈 집들은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계약됐다는 연락이 왔다. 아래는 그때 집을 보러 다니면서 쓴 글이다.
 
 

점점 더 비슷한 이유로 불행해지는 우리들



 얼마 전부터 전셋집을 얻으려고 알아봤습니다. 전세난이라는 말이 정말 몸소 느껴지더군요. 2달가량 집을 알아보다가 최근에는 떠밀려 집을 잡느니 괜찮은 집이 나올 때까지 이삿짐센터에 짐을 맡기는 방안까지 고려했습니다. 월세로 얼마간 살면서 말입니다.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 보다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 같은 투자목적이 아니라 ‘존엄’의 문제로 말입니다. 최소한의 자신을 표현하고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다는 말이지요. 작은 원룸 인테리어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계속 집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 ‘맘에 드는 집을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바로 나가버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맘에 들면 가서 바로 계약을 하겠다는 각오가 생겼죠. 그리고 며칠 전 ‘핫’하다는 부암동에 집이 나온 걸 봤습니다. 직거래 사이트에서였죠. 작은 마당에 데크가 깔리고 나무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구하기 힘든 ‘전세’였죠. 회사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에서 가까운 역세권으로 이사 간다는 원칙이 있었음에도 ‘입사원서’를 지원하듯 집을 보고 싶다고 간곡하게 메일을 보냈죠. 주말 늦게 혹시 지금 집을 보러 올 수 있느냐는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OK’를 했습니다. 1시간 거리였습니다.
 
 집에 갔더니 역시나 모델하우스처럼 여러 명이 오가고 있더군요.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세입자는 느긋해 보였죠. 집을 꼼꼼히 보니 장점이 많은 집이었습니다. 집기류를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적절한 가격에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드디어 집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분은 자신도 ‘세입자’인데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거래를 잘 해보지 않아서 가계약금을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면서였습니다. 좀 황당했지만, 아침에도 가계약을 하려던 분이 있었는데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죠. 아무래도 이런저런 집기류를 모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하루만 약속한 분들에게 집을 더 보여준다던 전셋집 주인은 다음날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콜백 전화로 “저도 황당한데 어제 20명이 넘게 오셔서 갑자기 입찰이 붙었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다들 필요없는 집기류까지 모두 인수할 테니 집을 자신에게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100만원 남짓한 중고 침대, 소파, 냉장고 등에 대해 500만원까지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본인도 너무 황당해서 법무사에게 상의도 했답니다. 자신도 세입자인데 이렇게 가구에 인센티브를 붙여서 팔아도 되는 건지를 말입니다. 물론 그 가격은 중고 가구에 대한 값이 아니라 전셋집 계약 우선권을 따내기 위한 인센티브가 붙은 가격이지요.
 
 씁쓸했습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당연히 좋은 물건에 경쟁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서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입찰을 해야 하는 현실이 불편하더군요. 전 세입자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좋은 집을 구했고, 잘 꾸며 놓고 살다 보니 그런 ‘덤’까지 주어진 것입니다. 아마도 그분은 많은 금액을 제시하신 분에게 집을 넘기겠지요. 합당한 가격보다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저는 포기했습니다.
 
 서울은 넓습니다. 집도 많지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도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주거문제는 점점 더 삶을 압박하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990년~2014년까지 전세보증금 증가 속도는 연평균 12.1%로 젠세 보증금은 평균 1억 2200만원이었습니다. 흔히 중산층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아파트’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금 평균은  3.3㎡당 1300만원 수준입니다. 평당 1300만원으로 24평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쳐도 3억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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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해서는 ‘넘사벽’이죠. 저금리 속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아파트가 많은데 월세는 더 두렵습니다. 보증금 1억원대에 월세만 100만원을 훌쩍 넘죠. OECD가 발표한 도시별 ‘삶의 만족’ 보고서를 보면 주거는 10점만점에 2.1점으로 최악에 가까운 지수를 나타냈습니다. 많은 불행이 집에서 기인한다고 볼 정도입니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로 시작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더 비슷한 이유로 불행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인간적인. 기본적인, 의ㆍ식ㆍ주 문제와 취업ㆍ결혼 같은 문제로 말입니다. 참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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