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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안 먹고 뭐 했니?"···알고보니 "밥에서 이상한 물질"

중앙일보 2016.06.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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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봉산초 학부모들이 공개한 급식

대전 서구 갈마동에 사는 서모(38·여)씨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자주 다그쳤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는 딸에게 “급식 안 먹고 뭐 했느냐”고 혼을 냈다. 어떤 날은 아빠보다 저녁밥을 더 많이 먹기도 했다. 딸 아이의 이상한 행동은 학교 급식 때문이었다.

대전 봉산초등학교의 불편한 급식

그가 딸아이가 다니는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급식을 확인한 결과 맛은 둘째치고 먹고 싶은 양만큼 주지도 않았다. 학생들이 “반찬과 밥을 더 달라고 하면 아줌마들(조리원)에게 ‘주는 대로 X먹어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밥을 적게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조리원들은 ‘지X하네’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서씨의 딸은 “급식 아줌마들이 욕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밥에서 이상한 물질도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울먹였다.

최근 대전시교육청이 봉산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급식 설문조사에는 믿지 못할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응답한 230명 가운데 71%(164명)가 “배식에 사용된 식기에서 머리카락과 철수세미, 세제가루 등 이물질이 나왔다”고 답했다. 급식을 먹은 뒤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 학생도 69%나 됐다.

배식대와 식탁·도마 등에서는 평균치를 초과하는 세균도 검출됐다. 배식판의 경우 세균 수가 5979로 기준치 200보다 30배가량 높게 나왔다. 일부 학부모는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다. 봉산초 학부모들은 이런 사태가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지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1년 전부터 학교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사태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서부교육지원청으로, 서부교육지원청은 학교로, 학교는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지난 27일부터 대전시교육청 앞에 모여 설동호 교육감에게 사태해결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 “해도 너무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1학년 학부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입학한 지 겨우 석 달인데 아이가 배가 아파 결석 4번, 조퇴 3번을 했다”며 “수시로 장염에 걸렸는데 모두 급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를 전학시킬 것”이라고 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대전교육청은 부랴부랴 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봉산초 급식실을 관리·감독하는 영양교사는 휴직에 들어갔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29일 오후 1시40분 학부모들과 면담하고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설 교육감은 “실태조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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