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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시진핑 주석의 동도구선(東渡求仙)

온라인 중앙일보 2016.06.28 11:07
중국(唐)과 로마제국간의 고대 교역로 실크로드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동방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동방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르는 해상교역로이다. 동방 실크로드보다 1500년 앞서 BC 212년 이지역의 해상 교역로를 개척하여 수많은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의 서복(徐福)이다.

2014년 7월 국빈 방한 중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서울대에서 특별강연을 하였다. 그는 강연에서 ‘백냥으로 집을 사고 천냥으로 이웃을 산다’는 중국 속담을 소개하고 한국 같은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면서 한중간의 오랜 이웃의 우호 미담으로 선약(仙藥)을 찾아 한국으로 간 서복의 고사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신선(神仙)의 나라 한국을 찾아 온 자신이야말로 21세기의 동도구선(東渡求仙)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시 주석의 소개로 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인지 2015년 9월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제주도 서귀포(西歸浦)에서 한중일 3국 서복전문가들이 모여 ‘서복문화국제연구협의회’를 창립했다. 서복이 한중일 3국에 미친 문화 인류학적 막대한 유산에 대한 기존의 학설과 연구 성과 등을 분석 정리하고, ‘서복 로드(徐福之路)’를 찾아 3국의 서복 문화관련 지역을 순회 교류 방문하여 연구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서복문화가 전설과 구전문학 영역에 국한되어 왔으나 ‘옛 전설은 역사의 그늘이다(古之傳說 史之影也)’라는 격언처럼 고고학의 발달로 전설로 여겼던 것이 하나씩 사실로 들어 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축적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2차 회의는 2015년 10월 서복의 출생지이고 출항지로 추정되는 중국의 장쑤성 렌윈강시(江蘇省 連云港市)에서 개최되었고 제3차 회의는 지난 5월 서복이 현지의 왕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는 평원광택(平原廣澤)의 신천지(新天地) 일본 규슈 사가현(佐賀縣)에서 개최 되었다. 사가현의 서복회에서는 회의에 앞서 외교관 출신의 필자를 기조 강연의 특별강사로 초청하였다. 강연의 주제는 서복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에 관한 것이었다.

강연 요청을 받고 나서 서복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구상에서 문화적 유사성이 가장 높은 한중일 3국이 과거사 문제로 제대로 공통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도 중국의 남중국해 매립과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일(中日)관계가 악화되어 국민간의 상호 호감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서복이 동남동녀(童男童女)와 백공(百工)을 이끌고 한반도와 일본에의 항해로 선진 중국문화를 보급시켜 지역의 발전에 기여한바 크다. 한중일 3국의 서복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사이좋게 모여 3국에 흩어져 있는 서복의 유적을 정리하고 서복이 남긴 유산의 문화적 역사적 존재감을 세계로 발신 관광발전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 서복문화유산을 세계유산(World Heritage)에 등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중일이 싸우지 않고 협력하여 뭔가 이루어 내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줄 필요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등재 기준을 먼저 알아보았다. 등재 기준은 진정성, 완전성, 탁월한 보편적 가치 그리고 보호관리 체계를 구비해야한다. 등재 절차는 세계 유산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센터의 잠정목록(Tentative List)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세계유산 센터는 유네스코 내에서 세계유산과 관련되는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이다.

서복문화유산을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2020년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신청 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자료에 통해 시기별 시나리오(시간표)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2017년도까지 잠정목록에 등재해야 한다. 잠정목록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의 국내법에 의해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한다. 한국의 경우 문화유산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 즉 제주도 소재 서복문화 경우 제주도 도지사가 문화재청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복문화유산이 소재하는 타 지방자치단체(예: 경상남도)와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잠정목록 등재신청서를 근거로 전문가를 현지 실사케 하고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 위원회는 현지 실사결과를 토대로 잠정목록 등재 요건을 갖춘 것인지의 여부를 심사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기각 처리되며 요건에 맞을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 센터에 잠정목록으로 등재한다. 전문가의 현지 실사에 따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가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기각처리 되지 않기 위해서는 등재기준에 맞는 자체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먼저 학술적 준비가 필요하다. 서복의 역사 유적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적의 고고학적 조사 관련 문헌기록조사 등 유산의 진정성 완전성 그리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정식으로 세계문화유산등재 신청서 작성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학술적 근거다. 이를 위해서 국내외 수많은 학술대회를 통해 과학적 자료축적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보존 관리 방안의 계획수립이다. 문화유산은 한번 파괴되면 대체할 수 없으므로 보존 관리 방안이 전문가 현지 실사에서 눈여겨보는 항목이라고 한다. 세계유산 운영지침에 의하면 세계 유산목록에 등재된 모든 유산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기적으로 법률 규제 제도 및 전통적 보호와 관리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세 번째로 교육 홍보사항이다. 세계 유산위원회는 유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와 의지 그리고 구체적 활동을 심사에 적극 반영한다. 홍보자료 또는 유적소개 가이드북을 영어 일어 중국어로 제작해 두면 좋다. 주요 유적의 사진 동영상 자료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한다.

2017년도까지 잠재목록에 등재된다면 제주도 도지사는 2018년도에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문화재청에 다시 신청한다. 문화재청은 2018년 12월까지 후보 신청이 들어 온 국내의 모든 세계유산 후보를 문화재위원회로 하여금 2019년 7월까지 한국이 신청할 최종 후보를 결정케 한다.

서복문화유산이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문화재청은 제주도 도지사에게 후보로 결정된 사실을 통보한다. 통보 받은 제주도 도지사는 2019년 9월까지 정식으로 세계유산 영문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다.

문화재청은 서복문화유산 등 한국을 대표하는 후보를 2020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에 세계유산으로 정식 신청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의 당사국 중 총회에서 선출된 21개국의 회원국(임기 6년으로 현재 한국이 회원국임)으로 구성된 정부간위원회이다.

본 신청서가 제출되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The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로 하여금 현지 실사를 하게 하여 평가 결과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토록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ICOMOS 평가서를 근거로 2021년 7월까지 다음 4가지 중 하나를 결정을 한다. 등재불가, 반려, 보류, 그리고 등재이다.

등재불가는 ICOMOS의 실사 결과, 등재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에 받는 판정이다. 이 경우는 해당 유산의 재신청은 불가하다. 반려(Deferral)는 재조사가 더 필요한 경우이다. 보류(Referral)는 추가 서류 보완이 필요한 경우이다. 이러한 사항에 해당 없이 완벽할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정식으로 등재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내법에 의한 등재절차를 살펴보았지만 중국과 일본도 자체 국내법에 의한 절차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 잠정목록 등재부터 단계별로 한중일 3국이 보조를 맞추어 신청을 하고 가장 중요한 ICOMOS의 실사도 동시에 받아 서복문화를 한중일 전체의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이 각각 세계유산 등재 전문팀(Task Force)을 만들어 상호 보조를 맞추면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유기적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필자의 강의로 서복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현실감을 느낀 한중일 3국의 전문가들은 큰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한중일 3국이 우호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서복호’라는 큰 배를 유네스코에 입항시키기 위해 태풍도 막아내고 거대한 파도도 이겨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항해사가 키를 잡아 서복이 신천지에 도착하듯 항해가 성공한다면 ‘서복호’를 통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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