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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약품 자판기 설치' 입법예고에 약사회 강력 반발

중앙일보 2016.06.28 10:43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자동판매기(원격 화상투약기) 설치 허용을 추진하면서 대한약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회가 법안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의약품 자동판매기 설치를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환자가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도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쳐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약국 개설자가 의약품 자판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특히 약국 벽면에 외부를 향한 의약품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으며, 구매자가 약사와 화상으로 상담을 하고 복약지도를 받아 약을 구입하도록 했다. 판매약은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이 대상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50조)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의약품 자판기를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몇 차례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신산업 투자위원회의 규제 개혁 건의를 계기로 복지부가 나서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취약시간대 환자들의 약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환자와 약사 사이의 '대면 원칙'이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 자판기가 설치되면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하고 사고를 부르는 계기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정부는 약 구입의 편의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자판기 설치 혜택은 기껏해야 시내 일부 지역에 국한될 뿐이며 상비약은 현재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의료 영리화를 위한 초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약사회 내 투쟁위원회는 대국민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회원 약국들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 포스터엔 '약은 껌도, 과자도, 콜라도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의약품 자판기 도입 문제점 등이 담겨있다. 약사회도 성명을 내고 "법 개정을 저지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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