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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화재…다른 비행기라 속여 태운 아시아나

중앙일보 2016.06.28 03: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아시아나항공이 이륙 직전 항공기 엔진에서 화재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승객들에게 “다른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같은 비행기를 수리해 태워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뉴욕 공항서 결함, 출발 하루 지연
승객들 안심시키려 “다른 비행기”
“같은 거네” 항의로 경찰 출동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OZ222편 A380 기종 항공기 엔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붙었다. 두 시간 뒤 승객 400여 명을 싣고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날 예정인 항공기였다. 항공사 측은 소방서에 신고했고 조사·수리에 들어갔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오후 1시쯤에야 항공사로부터 “항공기 결함 문제로 오후 4시30분 비행기로 출발이 지연됐다”는 공지를 받았다. 오후 4시쯤엔 “오늘 출발이 취소됐다. 내일 오후 4시30분에 출발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불안한 승객들이 “기체 결함이 있는데 문제없는 거냐”고 문의하자 항공사 직원들은 “한국에서 도착한 다른 비행기로 태워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승객들은 결국 당일 밤 호텔 등에서 숙식을 해결한 뒤 다음 날 오후 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30분 출발 예정 항공편은 다시 오후 6시30분으로 연기됐다. 그런데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들이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항공기가 전날 기체 결함으로 뜨지 못한 항공기란 사실을 발견했다.

항공사 측에선 “같은 항공기가 맞다. 죄송하다”고 해명했지만 항의하는 승객들 때문에 공항 경찰까지 출동했다. 결국 해당 항공기는 26일 오후 10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한국에 도착해서야 기체 결함이 구체적으로 엔진 화재였다는 사실을 안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관계자는 “엔진 조사 결과 연료 누출로 인한 경미한 화재로 드러나 제작사(에어버스) 관계자를 불러 수리한 뒤 출발시켰다”며 “경미한 화재일 경우 같은 항공기를 띄워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다른 항공기 투입을 추진하다 기존 항공기가 정비를 마쳐 띄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항공기의 핵심인 엔진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4~5시간 만에 비행기를 수리해 다시 띄우려고 하는 등 운항을 서두르기 위해 승객 안전을 담보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고객에게는 다른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밝혔다가 화재가 난 같은 비행기를 수리해 운항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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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박모(33)씨는 “자동차도 아닌 비행기 엔진에 화재가 났는데 몇 시간 만에 고쳐서 띄우겠다고 판단한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인 김영석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엔진 화재는 탑승객 안전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충분히 점검·수리한 뒤 운항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엔 대한항공 항공기가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하려다 엔진 화재로 승객들이 비상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아직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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