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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P 앞선 클린턴…급해진 트럼프 “반무슬림 공약 수정”

중앙일보 2016.06.28 01:38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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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의 격차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20~23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51%로, 39%의 트럼프에 12%포인트 앞섰다.

공화 지지자 3분의 1 “트럼프 안 돼”
흑인 87% 히스패닉 69% 클린턴 지지
트럼프 “테러국 무슬림만 입국 금지”

지난해 가을부터 클린턴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10% 이상 앞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조사에선 클린턴(44%)이 트럼프(46%)에 2%포인트 뒤졌다. 아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파장이 반영이 안 된 조사이긴 하나 한 달 만에 14%포인트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WP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상이 위태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공화당 내부를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의 결정적 패인으로 드러난다. 공화당원, 심정적 공화당 지지자 중 3분의 1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이외의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중 69%만이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13%는 아예 “클린턴을 찍겠다”고 답했다.

부동층을 끌어들이기는커녕 자신의 지지 기반조차 이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이 26일 “우리 모두 ‘트럼프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며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이달 들어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골수 공화당 인사들이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 조지 윌 마저 최근 공화당을 탈당하며 “ 공화당 유권자들은 그(트럼프)가 반드시 패배하게 만들자 ”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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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성소수자 퍼레이드에 참가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AP=뉴시스]



WSJ·NBC방송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클린턴(46%)이 트럼프(41%)를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달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변화가 없었지만 트럼프는 2%포인트가 떨어졌다.

이 조사에선 클린턴의 지지 기반인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클린턴 충성도’, 혹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흑인 유권자만 놓고 보면 클린턴 대 트럼프는 87% 대 5%, 히스패닉 유권자는 69% 대 22%로 압도적 격차를 보였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반 이민정책을 펼치는 트럼프에 확실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 여파로 여성 유권자도 52%대 35%로 클린턴 지지가 앞섰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자 트럼프 진영은 기존 전략에 수정을 가하고 나섰다. 먼저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을 교묘히 바꿨다. 그는 지난 25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는 테러리스트와 연계된 국가들로 국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조건 없는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했었다.

이런 변화는 경선에선 공화당의 보수 성향 유권자를 호소하는 데 인종 차별 발언이 효과를 거뒀지만 대선 본선에선 다양한 유권자 층에서 표를 확장하지 않고선 승리가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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