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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강속구 약점 박병호, 문제는 뒷다리다

중앙일보 2016.06.28 00:51 종합 25면 지면보기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30)는 지난 25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 아롤디스 채프먼(28·쿠바)과 상대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채프먼은 강속구 3개(시속 164㎞-166㎞-166㎞)만으로 박병호를 삼진 처리했다.

무게중심 뒷쪽에 100% 실어
스윙 시작 전 단계서 시간 뺏겨
70%로 줄여 선제적 대응 필요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9)가 메이저리그(MLB)에 남긴 명장면 중 하나가 채프먼과의 대결이었다. MLB 진출 전 “채프먼과 대결하고 싶다”고 했던 강정호는 지난해 5월7일 신시내티 레즈 소속의 채프먼의 161㎞ 포심패스트볼(직구)을 잡아당겨 2루타를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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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4번타자로 활약 중이다. 타율(0.261)은 높지 않지만 42경기에서 홈런 11개를 때려낼 만큼 펀치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강정호는 153㎞ 이상의 강속구를 받아쳐 타율 0.422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도 빠른공을 잘 받아치고 있다. 강정호는 레그킥(이동발을 높이 들어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을 쓰는 타자다. 발을 들었다 내리면 파워를 싣기 좋지만 빠른 공엔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강정호는 발을 드는 높이를 예전에 비해 반으로 줄이는 등 자신 만의 대응책을 찾았다.

시즌 초 장거리포를 펑펑 터뜨렸던 박병호는 지금 MLB 투수들에게 완전히 봉쇄된 상태다. 5월 14일까지 29경기에서 홈런 9개를 날렸지만 이후 32경기에서 홈런을 3개밖에 치지 못했다. 8개가 변화구를 받아친 홈런이고, 직구를 공략해 만든 홈런 4개 중 시속 153㎞ 이상의 강속구를 받아친 건 12호(6월 19일 양키스전)가 유일했다. 이전까지 박병호는 153㎞ 이상의 공을 단타로도 만들지 못했다. 약점이 뚜렷하게 노출되면서 박병호의 타율은 0.194까지 떨어졌다.

결국 빠른 공에 대한 대처가 강정호의 성공과 박병호의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한국에서 시속 145㎞ 이상의 빠른공 타율 0.393(리그 평균 0.277)를 기록했다. 40타수 이상 기록한 33명 가운데 4위로 ‘강속구에 강한 타자’였다. 그런데 그가 150㎞의 공(MLB 직구 평균 구속은 149㎞)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는 5㎞의 차이를 왜 이렇게까지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속구를 잘 치기 위해서는 공의 속도·궤적을 잘 파악하는 동체시력, 빠르게 수축하고 이완하는 속근(fast muscle)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박병호는 이미 신체능력을 갖췄다. 타격 전문가 김용달 KBO(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은 “강정호도 적응과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심리적·기술적으로 보완하면 박병호도 빠른공을 쳐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박병호는 특정 구종이나 코스를 노려서 치는 타자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공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다가 타이밍을 놓친다”며 “팀 성적(MLB 최저 승률 0.320)이 나쁘고 개인 성적도 떨어진 상황에서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박병호의 중심이 지나치게 뒤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처럼 뒷다리(오른발)에 체중을 100% 싣는 상태로는 빠른 공, 특히 높은 코스의 하이패스트볼을 때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다리(왼발)에 체중을 30~40%를 미리 이동해두면 스윙이 더 간결해진다. 강정호가 MLB에서도 레그킥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김 위원은 “박병호가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는데, 반 발(약 15㎝)만 뒤로 물러나도 몸쪽 공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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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28·볼티모어)의 직구 타율은 0.447에 이른다. 현재까지는 간결한 스윙에 중점을 둬서 장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박병호는 이대호(34·시애틀)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는 스윙이 느리고 레그킥까지 하지만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을 잘 이겨낸다.

타격의 1단계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의 준비다. 2단계는 공이 7~9m 앞에 왔을 때 스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고, 3단계는 공을 배트에 맞히는 과정이다. 김 위원은 “경험이 많은 이대호는 1단계부터 타격을 시작한다. 반면 박병호는 3단계에서 싸우고 있다”며 “생각이 많을수록 예비동작이 커진다. 테이크백을 줄이고, 코킹(배트를 쥔 손목을 꺾는 정도)을 조금 풀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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