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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유전자 검사…민간업체도 가능

중앙일보 2016.06.28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당신은 유전적으로 혈중 혈당이 높습니다. 식생활에 주의하세요.” “유전적으로 콜라겐 분해 속도가 평균보다 빠릅니다. 피부탄력을 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생명윤리법 개정 … 30일부터
암·희귀질환은 의료기관서만 시행
보험사, 고객에게 무료 검사 서비스

이달 30일부터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이러한 유전자검사를 손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42개 유전자에 대한 검사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민간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허용됐다. 혈당·혈압·체질량지수·중성지방농도·콜레스테롤 등 대사 관련 검사와 피부노화·피부탄력·색소침착·탈모 같은 피부 관련 검사가 그 대상이다.

소비자가 전문분석업체의 검사키트를 사서 자신의 구강상피세포 또는 침을 보내주면 한 달 안으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10만~15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암이나 희귀유전질환 관련 검사는 여전히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건 보험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유전자분석 전문기업인 디엔에이링크와 제휴를 맺고 다음달 1일부터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유전자검사를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전적인 위험도를 분석해 맞춤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유전자검사 결과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이를 취합해서 이용할 수는 없다. 디엔에이링크 관계자는 “보험사뿐 아니라 화장품업체 등과도 연계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유전자검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희귀 유전질환인 블룸증후군의 위험을 예측하는 검사를 출시한 미국의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 23앤미(23andMe)가 대표적이다. 유럽에선 고객의 유전자검사 결과와 연계한 맞춤형 영양제,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검사 문턱이 크게 낮아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전자검사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이 되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어서다. 유전자검사 결과를 과신한 나머지 환경이나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예컨대 유전적으로 중성지방농도가 높지 않게 나왔다는 이유로 방심하고 과식한다면 오히려 비만을 유발하게 된다.

익명을 원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마케팅에 현혹돼 질병예방 차원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유전자검사까지 받게 될 수 있다”며 “과장광고나 영세업체 난립도 우려되지만 현재는 이를 관리 감독할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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