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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활동비를 156% 올리자는 지방의원들

중앙일보 2016.06.27 00:59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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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
사회부문 기자

전국 시·도의회 의원들이 또 세비(歲費)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 22일 대전에서 열린 의장단협의회 임시회에서 경기도의회 윤화섭 의장이 정부를 상대로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현실화 건의안’을 담은 안건을 긴급 상정해 의결했다. 정부에 압력을 가한 셈이다.

월 150만원인 의정활동비(일반 활동비)를 385만원으로 올려 달라는 내용이다. 인상률은 156%나 된다. 이들은 인상 근거로 물가가 2003년 이후 연평균 2.47% 상승했는데 세비는 13년간 동결됐다는 것을 들었다. ‘13년 동결’을 강조했지만 사실 의원들은 그동안 의정활동비가 적다며 월정수당을 계속 인상해 왔다. 실제 경기도의회는 올 초 월정수당을 연간 4436만원에서 4521만원으로 85만원이나 올렸다. 월정수당을 슬그머니 올려놓고 이제 의정활동비까지 올려 달라고 한 것이다.

이번 인상 요구는 임기를 열흘 정도 남겨둔 전반기 의장단이 다급하게 추진했다. 윤 의장은 “휴대전화 통신요금과 교통비가 증가했는데 의정활동비에서 지급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국회의원의 절반 수준인 385만원으로 의정활동비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비는 월 770만원으로 시·도 의원의 5.1배에 이른다. 윤 의장은 1인당 주민 수는 국회의원(17만1948명)이 시·도 의원(6만4968명)의 2.6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비는 절반인 385만원은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경기도의원들은 연간 의정활동비가 4620만원, 월정수당은 4521만원이 돼야 한다. 봉사하겠다던 지방의원의 세비가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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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에서 의정활동비 인상안을 의결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소속 의장들. [사진 대전시의회]


의장단은 앞으로 의정활동비를 자신들이 마음대로 인상할 수 있도록 ‘상한액’ 조항을 뺀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이번 건의안에 포함시켰다. 현행법에는 ‘월정수당은 현재 각 자치단체에서 심의를 통해 적정 수준에서 인상(또는 동결)된다. 반면 의정활동비는 시행령에서 정한 상한액(현재 150만원)에서 각 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액을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건의안은 전국 17개 시·도 의회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평소 숱하게 정쟁을 일삼던 지방의원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1분기 가계 부채는 지난해보다 11.4% 늘어 1223조7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낮췄다. 그만큼 국가경제와 가계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명지대 임승빈(행정학) 교수는 “지방의회를 강화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꼭 급여(활동비)와 비례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올리더라도 순차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활동비를 한꺼번에 156% 인상하자는 지방의원들의 주장은 아무래도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임 명 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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