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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브렉시트에도 한국 금융회사가 차분한 이유

중앙일보 2016.06.27 00:55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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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하자 24일 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지며 요동쳤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에 바빴다. 삼성전자는 매출의 90%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 브렉시트로 유럽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움츠러든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데도 국내 금융회사는 국내 영향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은행의 해외점포 자산 비중은 4.8%, 증권은 1% 남짓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보다는 국내 상황에 훨씬 더 눈을 돌린다.

# 외국인의 눈엔 한국 금융시장은 독특하다 못해 이상한 곳으로 비친다. 국책은행이라는 산업은행은 비금융부문 자회사의 수가 대기업 뺨치는 132개에 달한다. 지분 5% 이상 보유한 회사는 무려 377개다.

그러면서 이 은행은 출자한 회사의 각종 자리에 전·현직 임직원을 마구잡이로 ‘투하’했다. 또 관리·감독을 하던 대우조선해양에선 차장이 8년간 180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려 각종 명품과 귀금속을 사들였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리 국책은행이라고 하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또는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우려해 ‘금산분리’를 엄격히 시행한다는 나라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 한때 금융의 힘은 막강했다. 현재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도 1970~80년대만 해도 당시 주거래은행(한일은행)이 쥐락펴락했다. 주요 투자를 할 때 은행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선 금리가 높고 자금이 부족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은행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24일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0조원이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44조원으로 삼성전자의 22%에 불과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9조원이었다. 국내 모든 은행이 벌어들인 순이익(3조4000억원)의 5.6배에 달한다.

# 70~80년대만 해도 금융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주요 제조업을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제조업이 세계로 눈을 돌리는 사이 금융은 정부 규제와 능력 부족을 이유로 국내에 머물렀다. 시간이 갈수록 규제에 안주했고 행동에 나서려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은 사라졌다. 성장은 지체됐고 경쟁에서 뒤처졌다. ‘금융의 이병철·정주영’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한국의 금융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 물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얼음을 넣은들 잠시 온도를 낮출 수 있을 뿐이다. “아파트 가스관·배수관이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을 땐 부분적 리모델링보다는 판을 새로 짜는 전면적인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주장에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창 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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