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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쓰나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 돕나

중앙일보 2016.06.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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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중앙포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쓰나미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것인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만, 이민자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의 위기감 등 영국의 EU탈퇴 이유 대부분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과 일치한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의 구호 '우리나라를 되찾자(Take back our country)'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를 닮았다. 이 때문에 열세가 예상됐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탈퇴를 지지한 유권자가 많았듯 트럼프가 '브렉시트 도미노'에 힘입어 부동층를 끌어 모아 미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오는 11월(미 대선)에 미국 국민도 '독립 재선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제프 세션즈 상원의원은 "이제는 우리 차례다"고 말했다.

아직 미 대선이 5개월여나 남은데다 워낙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선거 전문가나 미 언론의 분석을 대체적으로 종합하면 ‘브렉시트로 트럼프가 흐름을 바꿀 것’이란 의견이 30%, ‘미 대선은 다르다’는 의견이 70% 가량이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CBS에 출연, "브렉시트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의 인구 통계 특성은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백인이 주요 지지층인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학력·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탈퇴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후버연구소의 랜히 첸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브렉시트와 미 대선과의) 차이점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려 하지만 기득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구는 영국이나 미국이나 거의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정책 찬반 투표였던 브렉시트와 사람을 뽑는 미 대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워싱턴타임스는 "브렉시트의 경우 유권자들이 거부감 없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지만 미 대선의 경우 기득권에 반대표를 던지려고 해도 그 대상이 트럼프라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토피 프라토 전 백악관 대변인은 "또 하나의 허들(hurdle·장애물)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의 정치지형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거론됐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은 단순히 국민의 찬반 투표에서 많은 쪽이 이기지만 미 대선은 50개주와 워싱턴DC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누가 많이 얻느냐로 결정된다(전체 득표에선 뒤져도 선거인단 수에서 많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며 "현 선거인단 할당 시스템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전략가 조 트리피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사이에 다소의 유사성이 있을 지 모르나 미국은 히스패닉과 흑인 비중이 훨씬 높고 이들이 트럼프에 확실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의 움직임에 솔깃해할 유권자들은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굳힌 상태라 '새로운 지지'가 창출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도 많았다.

유라시아그룹의 이란 브레머 회장은 '백인 지지표의 분산'이란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렇게 보면 된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선 트럼프 지지자나 버니 샌더스 지지자 모두 '탈퇴'를 택했지만 미 대선에선 샌더스 지지자 대다수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간다. 그 결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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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는 "브렉시트는 투표 전 수 주 동안 계속 박빙이었지만 미 대선은 경합주는 물론이고 애리조나주 같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조차 트럼프가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브렉시트→트럼프 승리'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미 경제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수석 전략가로 활약한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브렉시트 여파로 대선이 있는 11월까지 주식·부동산 시장 급락, 대규모 실업 사태 등으로까지 번지면 트럼프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불안정(조금 불안한 정도)이면 오히려 트럼프의 위기능력 부재가 부각돼 클린턴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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