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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제로 세계경제 ‘블랙 시프트’

중앙선데이 2016.06.26 01:48 485호 1면 지면보기

24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의 다우닝가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반대시위가 열렸다.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든 피켓엔 ‘국경 반대(No Borders), 보리스 반대(No Bori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24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시장은 홍역을 치렀다. 한바탕 폭풍우는 지나갔다. 하지만 미답의 영역에 발을 디딘 영국의 선택으로 세계 경제는 ‘블랙 시프트’라고 불리는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EU 탈퇴 협상이 2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시대’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브렉시트 후폭풍, 글로벌 증시 하루 새 2조5465억 달러 증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4일 하루에만 8.05% 급락한 파운드당 1.37달러를 기록했다.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자는 대거 안전자산으로 움직였다. 주요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수익률은 전날보다 0.186%포인트 떨어진 1.56%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0.051%)과 일본(-0.185%) 10년 국채 만기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 인덱스는 2.05% 상승했다. 일본 엔화 값은 급등했다. 전날보다 3.85% 오른 달러당 102.22엔에 장을 마감했다. 아베노믹스로 3년간 끌어내린 엔화 가치는 4시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4일 하루에만 전 세계 증시에서 2조5465억 달러(약 3000조원)가 사라졌다. 미국 다우존스는 3.39%, 나스닥은 4.12% 하락했다. 영국(-3.15%)과 독일(-6.82%)·프랑스(-8.04%) 등 유럽 증시도 급락했다. 엔화 급등의 충격에 일본 닛케이는 7.92% 폭락했고, 한국 코스피도 3.09%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93% 떨어졌다.



금융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이후 선물 시장은 7월과 9월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0%로 예상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세계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유동성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25~26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은 브렉시트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외 경제·금융 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U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들은 EU 회원국들의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해 각국에 재량권을 확대하는 ‘유연한 EU’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5일 전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정치 싸움으로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영국은 조속히 EU에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퇴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고 새 영국 총리가 취임하는) 10월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협상이 당장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을 포함한 EU 28개국 정상은 28~29일 브뤼셀에서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한편 영국에선 브렉시트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재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너무 많은 이용자가 몰려 영국 하원의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됐다. 재투표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은 25일 오후 2시 현재(현지시간) 143만 명을 넘어섰다. 또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에 따르면 영국 네티즌은 브렉시트 투표 결과 발표 후에야 인터넷에서 ‘우리가 EU를 떠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 ‘EU가 뭔가’ 등 질문을 가장 많이 검색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트렌드는 사용자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의 관심사를 보여 주는 서비스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야 브렉시트에 대해 검색한 영국인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현옥·이철재 기자?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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