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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밤 수놓는 빛과 영혼의 띠 신비한 오로라

중앙선데이 2016.06.26 01:06 485호 14면 지면보기

그린란드의 밤하늘을 수놓은 오로라. 그린란드 원주민들은 태어날 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혼이 춤을 추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로라는 북극권의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사진 Greenland Travel]



오로라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구성된 단조로운 북극과 남극권의 겨울철 밤하늘 풍경을 단번에 화려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자연현상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태양풍이 지구 자기권에 들어오면서 질소와 산소 등 입자와 부딪히면서 수십㎞ 상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실제 그 풍광을 눈으로 보노라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지금은 지역별로 일기예보처럼 오로라 예보서비스가 있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필자도 오로라 예보지수가 매우 높고 구름이 없는 청명한 날씨에 여러 시간을 떨면서 밖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보지 못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하물며 과학적 지식이나 예측능력이 부족했던 과거엔 오로라 현상이 신의 영역이었음을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로마신화에서 오로라는 주피터의 딸로서 새벽의 여신이다. 북극의 빛이 오로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일이지만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북극권에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 오로라는 영적인 범주에 더 가깝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이누이트족 중 일부는 죽은 사람들이 바다코끼리 해골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믿었고, 다른 일부는 반대로 바다코끼리 영혼이 사람들의 해골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믿었다. 그린란드 원주민은 태어날 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혼이 춤을 추는 것이라 생각했고, 노르웨이 원주민은 오딘신 휘하 여전사들의 창과 갑옷이라고 생각했다. 핀란드 사람은 눈 위를 달리는 불여우의 꼬리가 일으키는 불빛이라 여겼다.



캐나다 원주민 일부는 악마들이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것이라 두려워했고, 키리족 사람은 먼저 떠난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 믿었다. 알래스카 원주민의 일부는 오로라가 악마라고 생각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칼을 가지고 다녔다. 스웨덴의 어부는 오로라가 좋은 징조로 물고기 떼가 하늘에 비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인은 용들이 불을 뿜고 싸우는 것이라 생각했고, 일본인은 오로라 밑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잘생기고 영리하며 행운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이렇듯 어두운 겨울 밤하늘에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거대한 초록빛 또는 붉은빛으로 꿈틀거리는 띠 형상의 오로라는 극한의 여건에서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미약한 인간에게는 두려움과 경외의 풍광이었을 것이다. 오로라는 대부분 남북위 70~80도 부근의 극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드물게 거대한 태양풍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조선왕조실록』에는 ‘동방에 붉은 기운이 있었다’(서기 34년), ‘밤에 비단 같은 백기가 하늘까지 닿았다가 갑자기 붉은 요기로 변했다’(1017년)는 등 오로라라고 생각되는 ‘적기(赤氣)현상’ 수백 건이 언급되고 있다. 2003년엔 보현산천문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끌었으나 아직도 오로라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대형 오로라가 내뿜는 에너지는 약 1조W로 추정된다. 또 북극권 도시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엔 관광객을 위한 오로라 야경꾼이라는 직업도 있다.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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