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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더빙은 기본, 문화 따라 외모·의상도 바꿔

중앙선데이 2016.06.26 01:06 485호 18면 지면보기
송하나(19·여)는 부산 출신으로 ‘디바’(D.va)라는 활동명을 쓰는 최고의 프로게이머다. ‘스타크래프트4’ 세계챔피언에 오른 실력자다. 하지만 제주도에 거대한 괴물 ‘옴닉’이 나타나자 하나는 육군에 입대해 로봇조종사가 됐다. 프로게이머의 반사신경과 직감으로 지는법이 없으며, 이 실력으로 한반도와 주변국을 지킨다.



한국 게임의 주인공인가 싶지만 2060년을 배경으로 한 미국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의 영웅 21명 중 한국인 캐릭터의 배경이다. 중국인 영웅은 환경과학자, 일본은 닌자로 설정돼 있다.


게임의 성패 가르는 현지화 작업

게임 업체들은 이렇게 지역 플레이어를 의식한 현지화에 공을 들인다. 그중에서 블리자드는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세게 게임시장 4위 규모인데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챔피언을 다수 배출한 지역임을 감안한 설정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2에 한국인 캐릭터(한리라)를 넣었고,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로 유명한 연예인 은지원을 다른 게임에 ‘은초딩’이라는 비플레이어캐릭터(NPC)로 등장시키는 서비스를 했다. 역할수행게임(RPG)에서 ‘파이어볼’을 ‘화염구’로 번역해 내놓은 것도 블리자드가 처음이다. 박문희 블리자드 코리아 부팀장은 “각 지사에 번역과 더빙을 하는 현지화팀의 규모가 타사보다 크고 몇 배 이상의 인력과 비용을 들인다”고 말했다.

‘블소’의 에인절 의상. 여성 캐릭터만 노출하는 것은 금기로 지적돼 남성 캐릭터도 같은 옷을 입었다.



현지화에 신경 쓰는 것은 국내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다. 2012년 출시된 ‘블레이드 앤 소울’의 북미·유럽 정식 진출을 위해 엔씨웨스트를 설립한 엔씨소프트는 현지 런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현지에선 전사족인 ‘곤족’ 디자인에서 “여성 가슴이 강조된다면 남성의 사타구니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노출 자체는 상관 없지만 남녀의 수위를 공평하게 맞추라는 주문이었다. 같은 이유에서 한국판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입고 있던 슬립형 속옷은 비키니 같은 투피스형으로 변형됐다. 이밖에 만(卍)자가 들어간 배경과 장신구는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모두 삭제했고 십자가를 희화한 것으로 오해받은 장승도 게임에서 빠졌다. 엔씨소프트 김창현 팀장은 “반면 중국판에선 노출에 민감한 중국 유저를 위해 몸을 가리는 의상이 많이 들어갔고 중국풍 전통의상도 추가했다”며 “다른 게임사들도 중국 버전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많이 쓰는 등의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온다. 2008년 한국 출시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몇년뒤 중국에선 접속자 600만명을 모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크로스파이어(개발사 스마일게이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황금총’이 꼽힌다. 개발사와 당시 유통사였던 네오위즈가 투자사인 텐센트의 현지화 의견을 반영해 추가한 아이템이었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선 문화권별 특성이 온라인게임보다 두드러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국 게임업체 프로피션트시티는 중국에서 성공한 온라인게임 ‘DDTank’를 신흥시장에 모바일 버전으로 바꿔 출시하면서 다양한 언어(포르투갈어·대만어 등)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 게이머들을 위한 ‘오프라인 플레이 기능’을 추가해 중남미와 동남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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