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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통합 시대의 종언 … 영국, EU 탈퇴

중앙일보 2016.06.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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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설립된 이래 유럽의 ‘통합 기관차’는 정차할지언정 후진한 적은 없다. 그러나 23일 세계 5위이자 유럽연합(EU)에선 독일에 이은 경제대국인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영국이 ECSC의 후신이자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발을 빼기로 한 것이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51.9%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126만표 차이다. 개표 전 열세란 전망을 뒤집었다.

이로써 EU로 대표되는 ‘대통합시대’에도 종언을 고하게 됐다. 영국의 탈퇴가 영국만의 탈퇴로 머물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당장 각각 프랑스와 네덜란드 극우정당 당수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과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스가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이들은 “영국이 유럽에게 해방과 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제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이탈리아에서도 힘을 키워가던 반EU정당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영국은 EU 국가들 중에선 경제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EEC 가입 후 경제성적표도 여느 국가보다 나았다. 그럼에도 EU를 박차고 나왔다. 개방보단 새로운 고립을, 다자보단 자국우선주의를 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분열·양극화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전통·보수적인 지방이 코스모폴리탄적이며 자유분방한 도시를 이겼다. 특히 잉글랜드 북동부 벨트에서 탈퇴 의견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노동자 계급들이 몰린 곳이다. 그간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계층들이기도 하다.

이들이 기성 체제를 집단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단일시장을 탈퇴하는데 따른 경제적 위험성 경고에 귀기울기보다 반이민·주권·국가정체성에 더 끌렸다. ‘국가 위의 국가’로 여겨지는 브뤼셀을 상대로 ‘통제권을 돌려받겠다(Take back control)’는 구호에 동했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영국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과 국제통화기금(IMF)같은 제도도 강한 반감을 피력했다. 탈퇴 진영의 지젤라 스튜어트 노동당 의원은 ”기득권층의 위협에도 사람들이 겁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이민은 구실이고 진정한 이유는 웨스트민스터(정치권) 엘리트에 대한 봉기“라고 해석한 이도 있다.

영국은 이제 ”아무도 걷지 않은 미지의 길“(BBC)로 들어가게 됐다. 잔류 운동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10월 보수당 의원총회에서 다음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새 리더십이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EU 탈퇴를 원하는 국가가 탈퇴 의사를 밝히는 리스본조약 50조을 언제 발동할 지는 차기 총리의 몫으로 넘겼다. 일단 발동하면 2년 안에 회원국들과 협상을 마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탈퇴 진영 내에서도 EU 탈퇴 후 모델에 대한 합의나 계획도 없다.

당장 스코틀랜드가 EU 잔류를 위해 독립투표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합왕국으로서 영국 해체 위기이기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로 EU가 약해지겠지만 영국민들이 가장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될 것“(독일정치인인 우도 불만)란 분석도 나온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세계금융시장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전 거래일에 비해 8.07% 급락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일본 시장이다. 엔화 값은 장 중 한 때 달러당 99엔까지 치솟은 뒤 3.53% 급등한 102엔 선에서 거래됐다. 아시아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7.9% 추락해  거래를 마쳤다. 한국 코스피는 3.09%, 상하이 지수는 1.3% 하락했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후 처음 개장한 유럽 증시는 일제히 급락 출발했다. 독일 DAX지수는 10%, 영국과 프랑스 증시는 각각 7% 하락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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