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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수원에는 수원청개구리가 산다

중앙일보 2016.06.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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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 모습. 울음간격은 청개구리에 비해 느리며 고음이다. 몸집도 다 자란 성체가 3cm 안팎일 정도로 작은 편이다. 또한, 눈에서 주둥이까지의 길이도 청개구리에 비해 수원청개구리가 조금 더 긴 편이다. 신인섭 기자

여름밤 '개굴 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가 오면 더욱 요란했던 개구리 울음 소리는 도시화, 산업화의 결과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수원청개구리는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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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청개구리 모습. 울음간격이 빠르편이다. 또한 눈에서 주둥이까지의 길이도 수원청개구리에 비해 조금 짧은 편이다. 신인섭 기자

수원청개구리는 일본 생물학자인 미츠루 구라모토가 1977년 수원에서 처음 발견했다. DNA 분석 결과 1980년 우리나라에만 사는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으며 드라이요파이테스 수원넨시스(Dryophytes suweonensis)라는 종명을 얻었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 중서부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그러나 주 서식지였던 파주, 아산, 평택 지역의 농경지가 개발되고 도시화되면서 서식지와 개체수가 줄었다.

2016년 6월 현재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대학원 장이권 교수팀이 울음소리로 서식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전국적으로 수컷 26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숫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서류의 특성상 서식환경이 파괴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2012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했고 2014년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위기(EN)'등급으로 등재했다.

수원청개구리는 일반 청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울음소리가 청개구리와 다르다. 수원청개구리 울음간격은 청개구리에 비해 느리며 고음이다. 몸집도 다 자란 성체가 3cm 안팎일 정도로 작은 편이다. 또한, 청개구리는 밤에 논에서 울고 낮에는 근처 나무 위에서 쉬는 것과 달리, 수원청개구리는 논과 같은 습지 주변 풀숲에 머물다가 논 중앙의 모에 매달려 노래한다. 또한, 눈에서 주둥이까지의 길이도 청개구리에 비해 수원청개구리가 조금 더 긴 편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수원청개구리 복원작업에 나섰다. 대규모 택지개발 등과 함께 도시화되면서 수원에서 사라진 수원청개구리를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2014년 사업비 4억5000만 원을 투입해 경기도 수원시 율전동 일월저수지 내 준설토 적치구간 18,460㎡에 소규모 논을 조성해 서식지를 마련했다.

그 뒤 다른 지역에서 채집한 수원청개구리 5쌍이 낳은 알을 실험실에서 부화시켜 키운 뒤 2015년 7월, 8월 세 번에 나눠 150마리를 방사했다. 장 교수팀은 방사한 수원청개구리가 자연 상태에서 겨울을 지내고 살아남을지 궁금했으나 올해 5월 초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를 통해 11마리를 확인했다. 대략 30% 정도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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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 복원용 논을 관리하는 농부가 논 주변을 벌초해버려 수원청개구리 서식환경이 악화됐다.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대학원 에코과학부 부교수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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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대학원 에코과학부 부교수가 논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그런데 지난 5월 말쯤 논을 관리하는 농부가 작업편리를 위해 논 주변 풀들을 벌초해 버렸다. 논 주변 풀숲은 수원청개구리가 휴식과 함께 몸을 숨기는 장소인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6월 14일 장 교수와 함께 찾은 논 주변은 깨끗하게 벌초가 되어 있었다. 밤늦게까지 울음소리를 기다렸지만 2마리밖에 울지 않았고 1마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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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 복원용 논에는 일반 청개구리와 함께 북방산개구리도 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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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 올챙이. 장이권 교수는 번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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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숨어 있는 수원청개구리 올챙이. 신인섭 기자

장 교수는 “논 주변 풀숲을 제거한 것은 수원청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초작업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황스럽다”고 했다. 논 주변으로는 각종 새들이 날아와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벌초가 수원청개구리 생존에는 나쁜 환경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날 수원청개구리 올챙이 2마리를 논에서 확인한 것은 좋은 징조라고 장 교수는 전했다.

장 교수는 내년 봄 수원청개구리 활동을 조사하면 복원작업 성공 여부가 판가름 된다고 했다. 수원청개구리는 논이라는 인공습지가 조성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살게 된 것과 다름없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기준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기준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농약사용도 자제하고, 농수로도 개구리나 다른 수서 동물이 지나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동식물을 위한 농업은 인간 자체를 위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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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대학원 에코과학부 부교수가 후래쉬를 들고 논 주변 수풀을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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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대학원 에코과학부 부교수와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원청개구리 연구팀원인 아마엘 볼체 씨가 야간에 논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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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대학원생이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논에 들어가 물의 산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아울러 피부 호흡을 하기에 오염에 민감한 개구리종 전체는 환경지표종으로 손색이 없다고 장 교수는 말한다. 그리고 이동이 많지 않은 특성을 지닌 개구리의 존재는 그 지역 환경이 좋음을 나타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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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원시가 상징 캐릭터로 정한 수원청개구리 ‘수원이’.

복원작업이 진행되면서 수원시는 지난달 시의 상징 캐릭터를 수원청개구리인 ‘수원이’로 정했다. 화성 성곽을 캐릭터로 만들어 기존에 사용하던 ‘화성이’는 마스코트로 변경했다.
 

사진·글 =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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