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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유치 실패에…대구 친박 의원들 ‘낀박’ 신세

중앙일보 2016.06.24 02:09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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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실에 모여 앉은 새누리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과 권영진 대구시장 [박유미 기자]

23일 오후 6시 국회 의원회관 917호 새누리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실. 윤 의원을 포함해 대구 지역 친박계 의원 7명이 둘러앉은 테이블 끝자리에 유승민 의원이 앉았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21일 정부의 ‘김해 신공항 건설’ 발표와 관련한 대책회의장이었다.

박심과 지역 민심 사이 난처한 입장
유승민·주호영과 친박 7인 공조
신공항 용역 국회 검증단 꾸리기로
박 대통령 지지율 TK서 8.3%P 하락

권 시장은 “신공항 용역 발표 이후 지역 민심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실망을 넘어 좌절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약 2시간 동안의 회의 끝에 이들은 용역 결과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단을 꾸리기로 했다.

단장은 회의엔 불참했지만 이날 복당이 결정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맡기로 했다. 대구 친박 의원들과 선거 기간 이들과 대립점에 있었던 유승민·주호영 의원이 신공항 문제를 계기로 공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 친박계 의원들이 밀양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지역 여론 사이에서 ‘낀박’ 신세가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지난 21일 신공항 발표 직후만 해도 “용역 결과를 자세히 살펴본 뒤 지역민들의 민심을 잘 수렴해 향후 대응을 결정하겠다”(윤 의원)는 식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언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지난 22일엔 대구 지역 새누리당 소속 의원 9명이 “구체적인 기술적 문제와 확장에 대한 가능성이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이번 정부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9명 중 7명이 친박계로, 2명은 유승민 의원과 유 의원과 친한 김상훈 의원이었다. 한때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들)’이라 불리던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곽상도 의원,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의 정종섭 의원,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도 포함됐다. 추 의원은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열망도 있었기 때문에 양쪽을 다 헤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친박계 핵심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공항 문제와 관련) 대통령의 입장은 대통령 입장이고, 제 입장은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4·13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해 ‘밀양 신공항 낙점설’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6월 20~22일 1526명 조사, 오차 범위 ±3.1%p)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이 중 대구·경북의 지지율이 8.3%포인트 하락해 이탈층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부산·경남·울산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5.1%포인트 내려갔다.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은 “대구는 ‘우리 지역 출신 대통령이니까 당연히 신공항이 우리 지역으로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실망이 그만큼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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