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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재두루미 보호 요구에…수도권 제2순환로 덜커덩

중앙일보 2016.06.24 01:35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오후 9시30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농경지. 어둠이 내린 드넓은 논 가운데로 난 농로 곳곳에서 “챙, 챙, 챙∼”하는 경쾌한 소리가 연신 들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양서류인 수원청개구리 소리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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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서식지 훼손이 우려되는 수원청개구리. [사진 김현태 교사]

월롱·탄현 구간에 멸종위기종 서식
환경단체 “도로 건설 공법 변경을”

기자와 동행한 정명희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년 전 조사 결과 월롱·탄현 농경지에서 수원청개구리 수컷 56마리의 울음소리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농경지를 가로질러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수원청개구리 서식지가 파괴된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교각 위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거나 노선을 농경지 외곽으로 우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농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만들어지면 농사짓는 게 상당히 힘들어진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재정 구간(25.4㎞)의 대표적 민원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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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한강 하구는 넓은 습지를 이루고 있다. 습지엔 재두루미와 저어새 등 희귀 조류가 서식한다. 습지 위로 고속도로 교량 건설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전선희 DMZ생태연구가]


경기북부에 건설 중인 고속도로의 사업장 3곳에서 노선·시공 방법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있다. 특히 마찰이 심한 곳이 제2 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구간이다. 파주지역 환경단체는 파주와 김포를 잇는 한강 하구에 교량을 건설하면 습지 훼손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한강을 터널로 통과하거나 인근 일산대교로 우회할 것을 주장한다.

노현기 임진강지키기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강 하구 습지에는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 서식지와 저어새·흰꼬리수리·흑두루미 등 철새가 사는 습지 생태계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며 “이곳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면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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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한강 구간을 일산대교로 우회하면 13.7㎞를 돌아가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터널을 만들면 강 양쪽에 IC를 설치해 달라는 지자체·주민의 요구를 수렴할 수 없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농경지를 통과하는 2㎞ 구간에 교각을 설치하는 것도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다만 일부 농경지에 교량을 건설하고 생태통로를 도로 아래에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자로 건설 중인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 포천∼화도 구간에서는 도로가 K-디자인빌리지 사업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을 두고 경기도와 포천시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소흘읍 고모리 83만㎡(약 25만 평)에 추진하는 사업지 한가운데를 고속도로가 지나면서 K-디자인빌리지가 양분되므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자인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 측은 “접속구간인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와 만나는 소흘 JCT가 이미 공사 중이고, 소흘JCT가 K-디자인빌리지 사업지와는 3㎞ 거리에 불과해 도로 선형을 지금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사를 시작한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역시 갈등이 일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착공 당시부터 이어지던 국사봉 녹지축 훼손을 둘러싼 터널 조성 문제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 22일에야 서울문산고속도로㈜와 고양시 등이 터널 조성에 협의를 마쳤지만, 노선 선정과 건설 방식을 정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남았다.

또 사리현IC 진입도로 1.2㎞ 건설 문제는 합의되지 않았다. 이들 지역에서 마찰이 지속될 경우 낙후된 경기 북부의 도로건설 사업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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