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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공연예술 88개팀, 끼 발휘할 무대 찾았다

중앙일보 2016.06.24 01:27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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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름씨


국악인 이아름(30)씨. 서울대 국악과를 나왔지만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어려운 정가(正歌)를 불렀기 때문이다. 정가란 전통 성악의 한 갈래로 실내에서 주로 불려왔고, 시조·가곡·가사로 구성된다. “남들은 왜 그렇게 지루한 걸 하느라 고생이냐고 해요. 근데 이만큼 담백하고 정갈한 음악이 없거든요.” 자칫 명맥이 끊길지 모르는 전통을 이어간다는 소명의식도 있었다.

문화융성위 '청춘마이크' 프로젝트
1년간 ‘문화가 있는 날’ 전국 공연
회당 개런티 200만~250만원
표재순 위원장 "예술사각지대 없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서른살 되도록 부모님께 의존한다는 데 자괴감이 들었다. “접어야 하나 싶었죠.” 그러다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된 ‘청춘마이크’ 프로젝트는 돌파구였다. “떳떳하게 공연을 해 경제적 지원을 받는 거잖아요.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다니, 새삼 정부나 국가를 다시 보게 되던데요.”

브라질 음악을 하는 이혜림(28)씨도 비슷하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그는 삼바음악을 추구하는 ‘링다 앤 니쥬’라는 3인조 혼성 그룹을 지난해말 구성했다. 본고장 음악을 제대로 익혀보자며 올 2월 브라질로 건너갔다. 2개월간 지내며 음반작업도 했다. 이들은 각종 행사가 많은 5월엔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통에 수입이 쏠쏠한 편이다. 이들은 각종 행사가 많은 5월엔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통에 수입이 쏠쏠한 편이다. 하지만 다른 기간엔 넉넉한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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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청춘마이크’오디션에 참가한 가야금앙상블 ‘셋(SET)’의 연주 모습. [사진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가 마련한 ‘청춘마이크’ 프로젝트는 이아름·이혜림씨처럼 청년 예술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름 실력은 있지만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하는, 35세 이하 공연예술가가 대상이다. 문화예술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 원석을 발굴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25일 오디션을 열었다. 280여팀이 응모했다. 신청 서류엔 학력·경력·수상이력 등을 적지 않게끔 했다. 스펙과 무관하게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원자중 최종 88팀이 선발됐다. 이들은 1년간 ‘문화가 있는 날’에 전국 각지에서 공연하게 된다. 전통시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건물 로비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할 수도 있다. 1년간 팀당 3~4회 무대에 선다. 공연에 필요한 제반 여건은 융성위가 책임진다. 대신 출연진은 회당 200만~250만원을 받는다. 일종의 개런티다. 이아름씨는 “29일 첫 공연이 대구의 터널안이다. 뻔한 공간이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로운 관객을 접할 수 있어 더 설렌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연 모습은 네이버 TV캐스트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기 투표를 유도해 ‘베스트 10’에 선정되면 자동적으로 내년 참가가 보장된다. 올 연말엔 청춘마이크 어워드도 예정돼 있다. 27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식 발대식을 개최한다.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은 “시장경제에선 불가피하게 예술 사각지대가 생긴다. 예술시장에 갓 진출했거나 데뷔 초기인 청년 예술가를 격려하자는 취지다. 젊은 에너지가 맘껏 표출돼 국가 경제에도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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