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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보육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6.06.24 01:06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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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어린이집이 휴원한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애기 맡기러 왔어요.”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의 한 어린이집에 김모(37·여)씨는 세 살 아들을 무사히 맡겼다. 이날은 1만4000여 어린이집이 소속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가 이틀간의 집단 휴원 투쟁을 시작한다고 예고한 날이었다.

서울과 경기지역 어린이집 5곳을 둘러보니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모두 정상 운영하거나 자율 등원을 실시해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율 등원은 학부모들에게 가정 보육을 하도록 양해를 구하는 일종의 ‘축소 운영’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완전 휴원한 어린이집은 전무하고, 자율 등원도 전체의 11.7%(4867곳)에 그쳤다. 장진환 한민련 회장도 “휴원 참여율은 묻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상황만 보면 정부의 강경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복지부는 휴원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 등 법적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덕분에 어린이집의 휴원 예고는 말로 그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현장은 폭풍전야와 같았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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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맞춤형 보육이 시작되는 다음달 1일을 코앞에 두고 24일엔 종일반 신청이 마감된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종일반과 맞춤반 신청 비율이 나온다. 맞춤반 아이는 종일반 지원 아이에 비해 보육료 지원금이 20% 적으므로 어린이집은 보육료 지원금 삭감을 명분으로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

경기도의 한 가정어린이집은 “복지부의 전향적 개선안을 기다리고 있다. 차후에 대응 방침을 공지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음주엔 말이 아닌 행동이 나올 기세였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나 정부는 공허한 논쟁만 벌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맞춤형 보육 예산을 편성해놓고 막상 시행을 앞두자 연기와 강행만 소리치는 중이다.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도 별 소득 없이 흘러가 버렸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국가적 혜택이 맞벌이 가정보다 전업주부 가정에 적게 들어가는 건 헌법 위반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복지부 역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나오면 보완하자는 말만 반복한다. 언제 보육대란이 닥칠지 모를 상황에서 부모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맞춤형 보육이 보육 정책의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상보육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놔둘 수도 없지 않나. 맞춤형 보육 시행까지 아직 일주일이 남아 있다. 직장맘과 전업맘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보자.

정 종 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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