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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신비 품은 기암절벽, 때묻지 않은 해변 ‘왠지 끌리네’

중앙일보 2016.06.24 00:05 Week& 4면 지면보기
| 시크릿 아시아 ④ 태국 끄라비

태국 남부의 해양도시 끄라비(Krabi)는 숨겨진 낙원이다. 어딜 가나 맑은 바다와 기이한 해안 절벽이 따라다닌다. 아직 개발이 덜 된 땅이어서 한갓지고 평화롭다. 태국에서 한적한 휴양지는 이제 많지 않다. 푸껫·파타야의 시끌벅적함에 지쳤다면 끄라비가 대안일 수 있다. 이곳에서 노는 방법은 단순하다. 일단 해변으로 나가면 된다. 보트 투어를 비롯해 스노클링·카야킹·암벽등반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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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비 서쪽의 작은 반도 라이레는 거대한 석회암 지대다. 라이레에서도 남쪽 해변 프라낭은 거친해안 절벽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암벽등반가가 몰려드는 곳이다.



파라다이스를 만나다

태국의 영토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말레이 반도까지 이어진다. 언뜻 연못으로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의 머리를 닮았다. 코끼리의 코 부분, 그러니까 태국 남서쪽 끄트머리에 끄라비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안다만(Andaman)해를 마주보는 해양도시로, 130여 개 섬을 품었다.

일단 끄라비의 해변 마을 ‘아오낭(Ao Nang)’에 짐을 풀었다. 끄라비에서 가장 보편적인 여행법은 호핑(Hopping) 투어다. 보트를 타고 반나절 동안 섬 네댓 개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섬 가운데 ‘꼬홍(Koh Hong)’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꼬홍이 ‘탄 복 커라니(Than Bok Khorani)’ 국립공원에 속한 무인도라는 점이 끌렸다. 국립공원이라면, 게다가 무인도라면 때묻지 않은 환경일 터였다.

문제는 날씨였다. 아오낭에서 꼬홍으로 가는 20분 내내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늘은 흐리고, 바다는 사진에서 봤던 에메랄드빛이 아니었다. 눈치를 보던 현지 가이드가 관광객을 안심시켰다. “끄라비가 가장 예쁠 때는 12월에서 4월이에요. 늘 맑은 하늘이죠. 5월부터는 우기여서 비가 잦지만, 하루종일 내리는 법은 없어요. 곧 비가 그칠 것 같으니, 스노클을 하나씩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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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로 꼬(Koh)는 섬(島), 홍(Hong)은 방(房)을 뜻한다. 방처럼 아늑한 해변을 품고 있어서다. 섬 둘레로 석회암 절벽이 늘어서 있어, 섬 여러 곳에 잔잔한 호수 같은 해변이 만들어졌다. 이 해변을 끄라비의 안내책자는 ‘Paradise Beach(천국의 해변)’라고 소개한다.

꼬홍 해변은 정녕 방처럼 아늑했다. 양옆으로 큰 절벽이 진을 친 덕분에 바람이 세지 않고 파도도 잔잔했다. 산호초 가루가 깔린 백사장은 보드라웠다. 해변 뒤로는 숲이 우겨져 그늘이 짙었다. 오로지 바다와 절벽, 태양과 숲이었다. 구멍가게 수준의 매점을 빼면 편의시설이랄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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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이자 무인도인 꼬홍에는 다양한 야생 동물이 산다. 해변에서 본 독수리.


비는 어느새 그쳤다. 기다렸던 햇빛을 받아들이며 몇몇은 몸을 태웠고, 몇몇은 스노클링을 즐겼다. 백사장 쪽으로 힘껏 뻗어나온 나무 위로 독수리가 날아들었다. 젊은 연인들이 그 나무에 올라타 기념사진을 찍었다.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포근했다. 파도에 몸을 뉘니, 열대어 떼가 손에 잡힐 듯이 몰려 왔다. 옆에선 한 부부가 쌍둥이 아들과 물놀이를 했다. 영국에서 온 두 살배기 매튜와 알렌은 이날 생애 처음 수영을 배웠다. 부모는 꼬홍의 추억을 두 아이에게 두고 두고 들려줄 터였다.



협곡을 향해 노를 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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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딸란 카약 투어. 보트로 통과할 수 없는 협곡과 동굴을 누비며 자연을 즐긴다.


이튿날 아침 수영복 차림으로 숙소를 나왔다. 언제든 물에 젖어들 각오로 아오낭 북쪽의 ‘아오딸란(Ao Thalane)’으로 향했다. 아오딸란은 카야킹 투어로 유명한 곳이다. 카약 투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가이드 제이미가 노 젓는 방법을 짤막하게 알려줬다. 구명조끼와 노를 받아들고, 제이미와 짝을 이뤄 카약에 올랐다.

아오딸란은 꼬홍처럼 탄 복 커라니 국립공원 안에 있다. 하지만 물 위에서 노는 맛은 전혀 다르다. 꼬홍은 보트로 가야 하는 먼바다의 섬이지만, 아오딸란은 바다와 맞닿은 연안이어서 카약으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가까운 바다라고 해서 풍경과 여정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아오딸란에는 보트로는 통과할 수 없는 협곡과 동굴이 숨어 있다. 골짜기가 수심이 얕고 폭이 좁아 카약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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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킹은 어쩌면 단순한 탐험이었다. 물살이 잔잔한 연안 쪽으로 붙어 줄기차게 노를 저으면 그만이었다. 덕분에 호핑 투어 보트에선 구경하지 못한 기암절벽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석회암 절벽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다 거대한 물 위의 숲을 만났다. 열대지역 하구에서 자라는 염생식물 맹그로브(Mangrove) 숲이었다. 제이미가 “맹그로브는 원래 습지에서 자라는데 아오딸란은 파도가 잔잔해 맹그로브가 잘 산다”고 설명했다. 맹그로브는 태풍에도 잘 견뎌 물고기의 은신처 노릇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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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딸란 카야킹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


오랜 침식으로 움푹 패인 절벽을 따라 비를 피해가며 노를 저었다. 어느새 경사가 급한 협곡이 나타났다. 제이미가 “크라비 최고의 협곡”이라며 소리쳤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언뜻 봐도 40m는 돼 보였다. 협곡으로 들자 호수처럼 너른 공간이 나왔다. 거칠고 웅장한 겉모습과 달리, 협곡 안은 정글처럼 숲이 우거져 서늘하고 적막했다. 더 안쪽으로는 폭이 5m도 안 되는 골짜기였다. 오직 노 젓는 소리만이 골짜기를 울렸다. 맞은편에서 카약 투어 그룹이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에 쫄딱 젖었지만 다들 표정이 밝았다.

협곡을 빠져나오자 너른 안다만해의 품이었다. 망망대해 위에는 오직 흘러가는 구름과 카약만 있었다. 수심은 더 얕아졌다. 잠시 해가 난 틈에 바다 중간에 생긴 모래톱에 카약을 댔다. 먼 바다를 마주보고 앉았다. 손톱 크기만한 게 무리가 발 아래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석회암 절벽 아래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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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비의 교통수단 긴꼬리배.


다음날에도 바다로 나갔다. 아오낭의 나루터엔 목조로 만든 조각배 ‘긴 꼬리 배(Longtail Boat)’가 가득했다. 긴 꼬리배는 끄라비 안에서 가장 활발한 교통수단이다. 행선지가 같은 사람 10명이 모이면 끄라비 해안 어디든 데려다 준다. 10㎞ 안짝의 가까운 연안은 1인 100~200바트(한화 3300~6600원)면 충분하다. 1000바트를 내고 긴 꼬리 배를 반나절 빌렸다. 목적지는 ‘라이레(Rai Leh)’였다. 조용한 휴식이 필요해 고른 장소였다.

숙소로 삼은 아오낭 일대는 사실 끄라비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해안을 따라 리조트와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고, 분위기 좋은 식당과 술집도 널려 있다. 해가 지면 아오낭 거리는 전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과 호객하는 상인으로 정신이 없다.

반면 라이레는 끄라비에서 가장 여유로운 곳이다.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오낭 바로 옆이다. 아오낭 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작은 반도가 라이레다. 라이레는 섬이 아닌데도 육로가 없다. 엄연히 육지이지만 육중한 석회암 지대로 둘러싸여 오로지 배로만 들어갈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리조트도 라이레가 아오낭보다 가격이 더 높다. 바다를 독차지한 것처럼 한갓진 분위기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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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험가들이 모여드는 라이레 프라낭 해변의 석회암 절벽.


라이레에 도착해 해변을 따라 걸었다. 남쪽 해변 ‘프라낭(Phranang)’에 비경이 있었다. 앞으로는 안다만의 너른 풍광이, 뒤로는 거친 석회암 절벽이 서 있었다. 아오낭 일대의 석회암 절벽은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75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수면 아래의 조개 화석층이 솟아올라 섬을 이루고 절벽을 빚었다. 해변 끄트머리 절벽에 거친 종유석이 매달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다에 떨어질 듯한 자태가 경이로웠다.

라이레는 세계적인 암벽등반 명소로도 꼽힌다. 거친 해안 절벽에 매료된 세계의 모험가들이 라이레에서 도전을 감행한다. 마침 프라낭에서도 등반가들이 암벽을 타고 있었다. 직각으로 깎아지른 석회암 절벽을 오르는 사내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손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한편에서는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에메랄드빛 파도와 거친 기암절벽,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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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한국과 태국 끄라비를 잇는 직항은 없다. 에어아시아(airasia.com) 항공으로 방콕 돈므앙 공항을 경유해 끄라비로 이동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에어아시아 그룹의 태국 회사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가 인천∼방콕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방콕∼끄라비 국내선은 하루 5회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돈므앙 공항까지는 5시간 30분, 방콕에서 크라비 공항까지는 1시간 15분 거리다. 끄라비로 갈 때 에어아시아의 간편 환승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끄라비까지 수화물을 한 번에 보낼 수 있다. 경유지 방콕에서 수화물을 찾았다 다시 부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기내식·위탁 수화물은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추가 요금을 내면, 만 1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저소음 구역(Quiet Zone), 좌석 간격이 넓은 핫시트(Hot seat), 비즈니스 클래스 개념의 플랫베드(Flat Bed)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끄라비 아오낭 해변을 따라 리조트·식당·술집 등이 몰려 있다. 2500바트(한화 8만3000원)면 4성급 리조트에 묵을 수 있다. 1바트는 약 33원(6월 22일 기준). 아오낭은 꼬홍·라이레 등 관광지와 가까워 동선을 짜기가 수월하다. 아오낭에 있는 여행사들이 단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호핑 투어 프로그램 약 1200바트(국립공원 입장료·점심·보험 등 포함), 카약 투어 프로그램 약 1000바트다. 긴 꼬리 배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도 있다. 반나절 빌리면 약 1000바트. 끄라비는 6~7월 최고 기운이 30도를 웃돈다.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visitthailand.or.kr) 참조.


글·사진=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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