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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땐 승부집착…취미처럼 두는 지금 바둑이 참 좋다”

중앙일보 2016.06.23 01:20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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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리그 정규리그 1위 팀인 상주 곶감의 주장 서봉수 9단. “프로기사는 우승이 목표다. 시니어리그도 우승을 목표로 두겠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야전사령관’ 서봉수(63) 9단이 시니어리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봉수 9단은 지난 3월 17일부터 6월 20일까지 열린 2016 한국기원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 정규리그에서 8승3패의 성적을 거두며 소속 팀인 상주 곶감을 1위로 이끌었다. 시니어리그 5라운드부터 7연승을 기록한 서 9단은 현재 유력한 다승왕 후보다.

한국기원총재배 시니어리그 7연승
난 두뇌·순발력 뒤지지만 노력형
궁금한 수, 후배들에게도 묻고 배워


서 9단은 프로 통산 1600승도 시니어리그에서 달성했다. 14일 음성 인삼의 김수장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1970년 입단 이래 45년 만에 1600승을 이뤘다. 국내 바둑계에서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에 이어 세 번째다. 시니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봉수 9단을 21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올해 시니어리그가 생기면서 바빠졌겠다.
“예전에는 시니어 기사들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시니어리그가 생기고 실력이 비슷한 기사들끼리 바둑을 두니까 재미있다. 이런 대회가 한두 개 정도 더 있으면 좋겠다.”
요즘도 바둑공부를 하는가.
“남들 영화 감상하듯 나는 기보 감상하는 걸 좋아한다. 매일 새로운 기보가 나오기 때문에 나에게는 항상 볼 새 영화가 많은 셈이다. 또 국가대표팀 상비군이 연구하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한국기원에 자주 간다. 후배들이 연구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 궁금한 수가 있으면 물으면서 배운다.”
선배가 후배에게 묻기가 쉽지 않을 텐데.
“나는 살면서 내가 뭘 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모른다’를 기본 전제로 모든 것을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궁금한 걸 묻는 게 취미였다. 나보다 실력이 좋은 후배들에게 궁금한 걸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전히 바둑을 즐기는 것 같다.
“요즘 참 즐겁다. 젊어서는 승부에 대한 집념과 집착이 강해서 바둑이 괴로웠는데, 지금은 취미생활을 하듯 바둑을 두니까 너무 좋다. 자신의 취미가 직업이 되면 최고의 인생이라고 하던데 그런 면에서 지금이 참 좋은 시기인 것 같다.”
 
평생 함께했는데 바둑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어린 시절에 공부를 못해 무엇을 해서 먹고사나 고민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성적이 계속 하위권이었다. 그런데 바둑이 나를 살린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바둑 머리와 공부 머리는 다른가 보다.
 “우리나라 교육은 암기를 잘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최대 단점이 기억력이다. 또 두뇌 회전이 빠르지 못해 순발력이 떨어진다. 대신 노력형이다. 깊고 오래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둑도 속기보다는 장고가 잘 맞는다.”
바둑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둑은 창의력 그 자체다. 남들과 똑같이 둬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수를 연구해야 한다. 새로운 수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래서 바둑은 어렵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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