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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해외선 100건…한국엔 왜 손 이식수술 없나

중앙일보 2016.06.23 01:16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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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1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의 시구는 평범한 외모의 남성이 맡았다. 붕대를 감은 왼팔로 홈플레이트 7.5m 앞에서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났다. 하지만 그는 “공에 희망을 담아 마음껏 던졌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미개척 신의료기술
미국선 이식수술 뒤 MLB 시구
신발끈 묶고 화장실도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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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스콧

미국 최초로 손(수부) 이식 수술에 성공한 매슈 스콧(당시 37세). 85년 화재로 왼쪽 손을 잃은 그는 “아들과 캐치볼을 하고 싶다”는 의지로 99년 1월 루이빌병원에서 15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응급구조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스콧처럼 손 이식 수술에 성공한 사례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고나 병으로 손을 잃은 전 세계 환자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소식이다. 98년 프랑스에서 처음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수술을 받았다.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뇌사자로부터 신장·간 등 장기 외에 신체 부위를 이식할 수 있는 건 사실상 팔과 얼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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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에서 양손 이식 수술을 받은 자이언 하비(당시 8세)와 엄마. 하비는 손 이식에 성공한 최연소 환자다. [중앙포토]


10시간 이상 혈관·피부·신경·뼈 등을 세밀하게 접합하는 수술이라 성공 사례가 나올 때마다 언론 보도가 쏟아지곤 한다. 지난해엔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 의료진 40명이 투입돼 8세 소년 자이언 하비에게 양손을 선물했다. 어른이 아닌 아동에게 손을 이식한 건 처음이다. 올 초 캐나다에서도 손 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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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했지만 실제 수술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환자들의 부담과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최소 수천만원의 치료비가 소요되고 면역억제제도 평생 써야 한다. 남의 손을 가져다 나에게 붙이는 데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크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국내 의료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손 이식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와 그 가족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적 요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식 대상 장기는 뇌사자의 신장·심장·골수 등으로 손과 얼굴은 해당되지 않는다. 손 이식 수술이 불법은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보장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손 이식은 목숨이 걸린 여타 장기 이식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손을 이식 대상 장기에 추가하는 논의는 실제 수술 사례가 나오고 학계 요구가 많아지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학계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시에선 국내 최초의 손 이식 수술에 대한 환자 설명회가 열렸다. 영남대병원과 W병원이 공동으로 팀을 꾸려 다른 병원보다 먼저 손 이식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첫 수술 환자에게 수술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병원의 김영우 원장은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있어 세부적인 신체 조건을 맞춰 보고 있다”며 “대상자만 확정되면 곧바로 수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학술 연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전병준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손 이식은 웬만한 조직은 모두 접합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라며 “성형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 다양한 분야가 협업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성공 사례만 나오면 의료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앞으로 이식받게 될 대상은 누굴까. 복지부에 따르면 상지(팔) 절단 장애가 심한 1~2급이 7300여 명에 달한다. 잠재적인 이식 대상자가 꽤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수술을 받는 조건은 좀 더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비슷하고 성별·혈액형과 손의 좌우 위치도 일치해야 한다.

해당 조건을 충족해도 우선순위는 또 있다. 학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술 1순위는 너무 어리거나 고령이 아닌 18~65세 성인이다. 또한 손을 잃은 지 오래됐거나 양손이 모두 절단된 사람, 절단 부위가 작은 사람이 우선순위에 포함된다. 평생 면역 문제를 달고 사는 만큼 정신적으로 의지가 강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이식 수혜자가 누릴 최대 장점은 일상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수나 발로 대체할 수 없는 편리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생명공학과 결합한 인공손이 주목받고 있지만 너무 무겁고 비싼 데다 세밀함이 떨어져 손 이식엔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많다.

김진수 광명성애병원 수부재건센터장은 “손을 이식받으면 신발 끈을 묶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웬만한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다”며 “다만 스마트폰·컴퓨터 자판을 치거나 글씨를 쓰는 건 조금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주요 장기와 달리 이식 부위에 문제가 생겨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최태현 교수는 “최악의 경우 다시 손을 떼더라도 환자에게 별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의학적 한계는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스콧도 수술 후 5년이 지나서야 손끝으로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별하고 사물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평생에 걸친 면역억제제 투여로 암·당뇨병 등 각종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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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술 이후 18년째 이어지는 윤리적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계에선 “환자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견과 “건강상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술을 권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른 사람의 외모를 물려받아야 하는 안면 이식도 비슷한 고민에 직면한 상태다.

김진수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손과 안면 이식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져야 수술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면 이식

사고·기형 등으로 얼굴 전체나 일부를 잃은 환자에게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안면 피부를 붙이는 수술. 2005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성공했고 전 세계적으로 30건 정도 이뤄졌다. 국내 수술 사례는 아직 없다. 혈관·신경·피부 등 신체 조직을 정교하게 접합한다는 점에서 손 이식과 비슷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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