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43·전 FC서울 감독)
도전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최용수(43) 감독이 시즌 도중 전격적으로 중국 프로축구 장쑤 쑤닝 감독직을 맡게 된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21일 공석이 된 장쑤 쑤닝 감독직을 맡게 돼 22일 FA(대한축구협회)컵 16강 안산 무궁화와의 경기를 끝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최 감독은 다음달 1일부터 장쑤 감독 업무에 들어간다. FC 서울은 최 감독의 후임으로 황선홍(48) 전 포항 감독을 선임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7월에도 장쑤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바 있다. 장쑤는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가전유통기업 쑤닝그룹이 인수한 뒤 올 시즌 잉글랜드 첼시 출신 하미레스 등 외국인선수 4명 영입에만 1000억원을 썼다.
최 감독은 안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쑤닝그룹이 팀을 인수하면서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더라. 그 부분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전격적인 중국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내겐 복이다. 특권을 살려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경기 전 최 감독과 일문일답.
- 기분이 어떤가.
- "착잡하다. 그래도 FA컵을 8강에 올려놓아야 할 임무가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경기하고 싶다. 경기 보러 오신 분들에게 (승리의) 선물 드리고 싶다."
- 1년 전하고 지금하고 어떻게 다른가.
- "음… 1년 전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1년 지나니까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내 자신에 대한 평가, 경쟁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붙어보고 싶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두려움은 전혀 없다. 배우는 것도 있을 것이다."
- 장쑤의 상황이 1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 "쑤닝그룹이 지난해 12월에 팀을 인수한 뒤에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더라. 그 부분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투자하는 것은 기업이미지,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복안이 있더라. 그런 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 장쑤가 자신을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나도 미스터리다(웃음). 나를 통해서 어떤 효과를 누릴 것인지, 성적일지 흥행일지… 다만 구단 안에서 생각의 폭이 크더라. 그렇다고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 고민을 깊게 했을텐데.
- "선수, 지도자로 생활해오면서 혼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나를 위한 조언들을 많이 해줬다. 이번 결정에도 주변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
- 그럼에도 장쑤행을 선택한 이유는.
- "도전이다. 지난해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엔 팀(서울)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팀이 안정돼있고 경쟁력이 생겼다. 선수들이 알차게 꾸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를 더 강하게 시험해보는 생각들을 갖게 됐다. 세계적인 감독들과 재미난 경기(대결)를 해보고 싶었다."
- 중국에 있는 선배 감독들의 조언은 없었나.
-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맨 땅에 헤딩하기다. 그만큼 이장수, 박태하, 홍명보 감독 등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그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 후임자인 황선홍 감독과 통화했나.
- "문자가 오긴 왔다. 기본적으로 황 감독님은 실력이 있는 분이다. 나보다 뛰어난 전술 응용력을 갖고 있다.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팀을 잘 이끌어 큰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 시즌 도중에 간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 "비난의 목소리는 당연하다. 모든 팬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건 없다. 그런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분들 때문에 나를 더 강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12년 FA컵 16강 때 끝나고 버스에 갇힌 경험도 있다. 그런 지도자가 그래도 몇 있었겠나. 그런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 더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시즌 중간에 이렇게 간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시즌이 끝나고 가는 게 베스트인데… 그래도 구단주도 흔쾌히 응했고 좋은 기회를 얻었다. 더 강해지라는 이야기로 듣겠다. 성공해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나. 내겐 복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도할 수 있는 건 특권이다. 대륙에 가서 더 성공해야 한다. 이런 특권을 살려야 한다."
- 중국 가서 새로운 축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 "하미레스 같은 선수들이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웃음). 말이 앞서지 않으려 한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에서 거기에 맞는 포메이션을 가져가고자 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