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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골프여행, 법적으로 문제될까

중앙일보 2016.06.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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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기업 관계자들과 골프를 치러가는 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될까?

지난해 2월 A씨는 하도급업체 △△건설사 관계자 B씨 등과 함께 3박5일 ‘중국 골프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A씨는 서울시 성북구 안전건설교통국 소속 공무원으로 공사계약 체결 업무를 맡고 있었다. 성북구청은 이를 적발하고 ‘지방공무원법 및 행동강령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여행 경비를 직접 지불했고 향응도 수수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며 법원에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는 또 “여행 당시 △△건설과 성북구 사이엔 업무상 아무런 계약도 걸려있지 않았고 B씨는 △△건설 대표이사의 남편으로 ‘직무관련자’도 아니고 초면”이라며 직무관련성도 부인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지난 10일 "A씨에 대한 성북구청장의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A씨는 과거 해당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었고 B씨도 이전부터 공사에 관여해왔다”며 “둘 사이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며 알게 된 ‘직무 관련자’는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행 전 A씨는 개인 몫의 회비를 냈고 금품도 제공받지 않아 ‘청렴의무 위반’은 아니다"라며 "감봉 이하의 가벼운 징계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A씨와 달리, 직무관련자가 골프 비용을 대신 내준 경우라면 어떨까?

법원은 가벼운 징계인 ‘감봉’에서부터 중징계인 ‘파면’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판단에는 골프에 대한 해당 재판부의 시각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C씨는 2014년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Y방송국 국장 황모씨 등과 함께 골프를 쳤다. 비용은 전부 황씨가 냈다. 이 사건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C씨는 “그날 모임은 프로젝트 논의를 위한 자리였고 비용도 다음날 황씨에게 송금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은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장에서 비용을 결제하는 황씨를 말리지 않은 것은 직무관련자에게 향응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였다. 또 “모임 자체도 통상의 업무방식을 벗어난 것으로 C씨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공무원 신분이 박탈되기도 한다. 건설업자들로부터 1년간 9차례에 걸쳐 총 114만원 상당의 골프비용을 대납받는 등의 사유로 파면 처분을 당한 경인지청 소속 D씨에 대해서도 법원(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은 “직무관련자와 지속적으로 골프를 쳐 향응을 받아왔다”며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한편 골프경비 대납은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지난해 대전고등법원 형사1부는 직무관련자로부터 골프접대 등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충남도청 건설교통국 직원 E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씨는 “친분관계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업무적 이해관계가 없었다면 골프를 치러갔을지도 의문”이라며 “공무원이 골프 비용을 제공받은 것은 뇌물을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법원 관계자는 “골프접대는 공무수행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당한 행위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소위 ‘갑질’의 한 형태로 사회적으로 비난받기에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일자로 골프제한 대상을 직무상 관련 자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토교통부 공무원 행동강령’개정안을 고시했다. 직무관련자와 직무수행상 부득이하게 골프를 하는 경우 사후 신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얼마 못 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없는 한 3개월 후에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1회 100만원 또는 연 300만원을 넘는 골프 접대는 '금품 등'으로 해석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골프 접대 사실을 자진 신고하거나, 곧바로 그린 피 등을 돌려주면 이 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래도 공무원법에 따른 징계나 뇌물수수로 처벌될 가능성은 남는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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